정치인과 연예인은 비슷한 속성을 갖고 있다. 정치인에게 유권자들의 직접 접촉이 중요한 것처럼 연예인들에게는 대중인기가 생명이다. 유권자의 지지가 떨어지면 정치인은 낙하고, 인기를 잃은 연예인은 무대에서 퇴장한다. 능력과 업적평가 등에 있어 그들은 대중에게 노출돼 있다. 매스컴에 대해 민감하고 때로는 매스컴을 상대로 약자의 입장에 놓일 수도 있는 게 정치인과 연예인들이다.■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섹스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국민지지를 잃지 않는 현상은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공화당의 지나친 정략적 접근이 정쟁에 대한 국민혐오의 역풍을 일으킨 때문일 수도 있고, 자나 깨나 쏟아지는 언론의 과잉보도에 식상한 반작용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민들의 대통령에 대한 기대수준이 과거보다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
■클린턴 대통령의 연방대배심 증언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가 공개된 직후 뉴욕 타임스지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클린턴의 인기가 이전에 비해 9%나 반등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으로 도덕적 가치를 꼽은 응답자는 20%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반면 국정관리능력과 현안처리 등 업무능력을 중시한 비율은 모두 77%에 달했다. 대통령이 전통적 청교도 도덕률에 철저하거나 전인격적 덕목을 갖출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미국민들은 적어도 도덕적으로는 대통령을 평범한 일반인으로 취급한다는 뜻도 된다. 바람을 피우고는 적당히 거짓말로 둘러대는 보통 중년남자의 모습을 대통령에게서 볼 수 있다. 게다가 은밀한 정사취향까지 속속들이 알게 됐으니 대통령은 정말 별것 아닌 존재인 것이다. 미국민들은 이런 모습을 코미디쇼나 드라마 보듯이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연예인들처럼 「나를 즐겁게 해주는 대통령」을 왜 탄핵할 것인가. 어차피 정치의 권위는 떨어진 마당인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