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눈먼돈 잔치」였다. 20년거치 연리 5%로 융자받은 돈으로 연리 13.5%의 사채놀이를 하는가하면 다방이나 술집을 경영하기도 했다. 융자는 허위로 꾸민 서류에 의해 척척 나왔고, 문제가 되면 뇌물로 입을 막았다. 이렇게 엉터리로 대출된 돈이 융자목적에 맞게 제대로 쓰이는지를 담당 공무원들이 감독할리가 없었다.검찰의 수사로 드러난 농어촌구조개선기금 관리 실태는 이처럼 한심하다. 이번 검찰 수사대상은 92년이후 이 사업에 투입된 총42조원 가운데 3조원의 기금에 한해 이루어진 것인데, 그중 338억원이 불법으로 대출됐다니 사용된 전체기금을 감안하면 드러난 부정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밖에 볼수 없다. 세금을 낸 국민들로서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당국은 이번에 드러난 농어촌기금 비리를 차후 모든 행정에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렇게 대규모 기금불법유용의 사례가 드러난 이상 모든 기금사용의 정당성을 조사해야 한다. 그래서 부정한 방법으로 대출된 경우는 법에 따라 환수조치하여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자금이 돌아가도록 해야한다. 정부는 어려운 농촌사정을 감안하여 농어촌 부채경감이라는 혜택을 주기로 했는데, 이런 혜택이 불법으로 기금을 융자해간 사람에게 돌아가는 해프닝이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구조조정, 특히 농촌지역 공무원의 구조조정이 절실함을 강조하고 싶다. 농촌지역은 인구는 줄어드는데 공무원수는 불필요하게 늘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적자예산을 편성하고 IMF체제를 벗어나기위해 노력하는 정부가 국민에게는 고통분담을 요구하면서 남아도는 공무원 정리에 늑장을 부려서는 안된다.
농어촌 구조개선 기금사업의 출발 자체가 정치적으로 급조됨으로써 운영상 폐해가 예상됐다는 지적을 많이 듣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은 KDI에 의해 줄곧 제기되어 왔다. 시장 전망을 무시하고 축산농가에 무절제한 지원을 함으로써 결국 축산농가를 망쳤다는 원망이 바로 축산농가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지적은 현정부에 좋은 충고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은행과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우리의 중요한 산업 분야인 농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농어촌구조개선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투명성을 높이면서 좀더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지원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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