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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행정 표본/눈먼 공무원들 허위서류 내도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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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행정 표본/눈먼 공무원들 허위서류 내도 “OK”

입력
1998.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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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부풀려도 “OK”/사후 점검은 “NO”총 규모 57조원에 이르는 농어촌 구조개선사업기금의 유용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4일 밝혀진 검찰 수사결과는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국가예산의 허술한 관리실태와 공무원들의 무책임하고 안이한 일처리 자세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더욱이 이번 검찰 수사는 농어민 직접사업분야에 국한돼있고 이보다 규모가 7배나 큰 공공기관 시행사업은 빠져 있어 「빙산의 일각」만 드러난 셈이다. 수사결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정부자금의 관리감독 부재였다.

거액의 정부자금이 밑빠진 독에 물붓는 격으로 흔적없이 사라지는데도 이를 챙기고 지적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이 내려오면 시·군은 이 예산을 누구에겐가 주어야 했고,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보조금을 얼마든지 타낼 수 있었다. 허위 서류를 내도 거액의 공짜 돈이 나올 정도로 자격심사는 허술했다. 이때문에 눈치 빠른 사람들에게 보조금은 「눈먼 돈」으로 통했다.

이같은 불법이 가능했던 것은 보조금이 대부분 무상이거나 장기 저리 융자형식이었기 때문이다. 축산가공 공장이나 폐수처리 시설 등 10억원이상 대규모 사업의 경우 사업자금의 80%를 무상 또는 연리 5%의 장기 융자로 지원받게 되는데, 이러한 이자가 싼 자금의 유혹이 보조금 불법수령과 유용을 조장했다. 10억원 미만 소규모 사업도 60%를 무상으로 지원받았다. 이 때문에 1,000만원짜리 시설을 하고 1억원짜리라고 허위로 서류를 꾸며 보조금을 타내면 자기 부담은 전혀 없이 공짜로 거액을 챙길 수 있었다. 정작 농사지을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보조금이 엉뚱하게도 「사이비 농사꾼」에게 돌아간 것이다.

이렇게 지급된 자금이 제대로 쓰일리 없었다. 수십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은 사이비 농사꾼들은 부동산을 사거나 개인 빚을 갚고, 심지어 고리의 사채놀이를 하기도 했다. 보조금의 운용실태를 사후 점검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검찰 관계자는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한 차례만 나가봤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해당 공무원의 무사안일과 관리·감독 소홀에 혀를 찼다. 감독은 커녕 농민과 시설공사업체, 농기계 판매업자들간에 결탁한 사례마저 드러났다.<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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