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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고통분담’ 약하다(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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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고통분담’ 약하다(社說)

입력
1998.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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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나라살림을 꾸려갈 청사진인 총규모 85조7,900억원의 정부예산안이 확정됐다. 정부 재정의 역할에 거는 기대나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데, 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 열악한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경기위축으로 세수(稅收)는 줄어들고, 돈을 쓸 곳은 한없이 많다. 사그러들고 있는 경제성장 잠재력의 불씨를 되살리는 것도 급선무고, 금융과 기업구조조정의 원활한 추진도 뒷받침해야 하며, 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실업자 대책도 소홀히 할 수 없다.IMF체제의 경제난 극복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 국민들의 혈세(血稅)로는 부족해서 사상최대의 적자예산까지 감수하는 내년에야말로 한푼의 재정지출도 헛되이 낭비되어서는 안된다. 올 추경보다 6.2%가 늘어났다지만 금융구조조정 지원이나 국채이자등의 추가 세출소요를 빼면 사실상 금년수준의 동결이나 다름없다. 정부부터 과거의 타성을 벗어나 예산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세출을 효율화하는 노력이 요청된다. 무엇보다 스스로 자기 뼈를 깎는 고통분담의 솔선수범 없이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요구되는 재정의 역할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에도 정부의 고통분담 의지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공무원 봉급을 총액대비 4.5% 깎았다지만, 기업의 파산이 속출하고 실직은 물론 수십%란 감봉의 고통을 겪는 국민들로서는 정부의 고통분담 노력을 인정할 수 없다. 그나마 별도로 책정된 성과급 항목의 2,800억원은 인건비에 계상하지도 않아 봉급이 줄어드는 공무원은 절반밖에 안되고, 일부는 오히려 더받게 된다. 건국이후 처음이라는 국방예산 삭감만해도 전반적인 인건비 삭감에 따른 것이고, 여타 지출은 더 늘었다.

여건이 달라지면 예산의 편성과 집행도 그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성역을 없앤다는 말과는 달리 세출예산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인건비, 방위비, 교부금등 이른바 경직성 경비는 근본적인 손질을 하지 않았으니 예산운용에서 운신의 폭이 나올 수 없다. 민간기업에는 혁신적인 구조개혁을 강요하면서 정부 스스로는 몸집과 인력을 줄이려는 노력을 안한 채 어떻게 꼭 필요한 곳에 집중할 수 있는 예산의 여력이 나올 수 있겠는가.

잡다한 사업의 나눠먹기식 나열로는 재정정책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기부양만해도 어정쩡한 조치로는 실효도 못거두고 정부정책의 신뢰만 잃기 쉽다. 차라리 제한된 재원을 경제의 구조조정이라도 확실히 하는데 집중지원하는게 낫다. 그렇지 않고 정말로 경기 하나만이라도 살릴 의지가 있다면 사업예산을 전면 재검토, 고용과 경제활력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 보다 집중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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