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덕화랑서 전시/섬세한 종이작업/명상적 느낌 물씬『89년 첫 한국 전시때 도장을 선물받았는데 한글이 너무 아름다워요. 그래서 가능한 한 작품마다 사인 대신 도장을 찍습니다. 외국 아트페어 같은 곳에서도 한국인들이 작품의 도장을 보고는 사연을 묻곤 합니다』
한국 일본 중국 네팔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구한 종이로 섬세한 작업을 해온 독일작가 로레 베르트(62)씨. 10월3일까지 박영덕화랑(025448481)에서 전시를 갖고 있는 그는 한지 등 종이만을 이용한 명상적 작업으로 시선을 붙잡는다. 83년 이후 종이작업에 탐닉하고 있는 그는 종이에 솜을 누비거나 종이 보푸라기를 붙이는 기법을 활용한다. 마치 종이로 만든 퀼트나 뜨개질을 연상시킨다. 그는 이런 작품을 「3차원 회화」라고 부른다. 작품에 사용하는 도장의 내용은 이집트 숫자, 단테나 괴테의 시 등으로 상당히 난해하다. 작품은 미니멀하면서도 명상적 느낌이 강하다.
『17세때 네팔친구로부터 만다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후 동양철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힌 그는 『네팔의 종이는 거칠고 누런 반면 일본의 종이는 티 하나없이 하얗고, 한국의 것은 그 중간 색이라 전혀 색을 가미하지 않고도 충분히 색감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 미술아카데미, 다름슈타트미술학교에서 회화와 조각을 전공한 그는 터키, 네팔, 이집트, 캐나다 등에서 평면과 종이 설치작업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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