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없어도 밥 먹고 사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 이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무슨 소리냐, 「식사문화」 「음식문화」가 있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음악이나 그림, 연극같은 일반적 개념의 문화라고만 정의해두자.대기업에 속한 미술관들이 점점 위축되고 있다. 『당신같으면 직원 수백명을 자르겠느냐, 미술관을 문 닫을 것이냐』는 말에 할 말이 없었다는 게 곧 직장을 잃게 될 대기업 미술관직원의 말이다.
우리나라 화랑의 본산 인사동도 예전같지 않다. 재산을 다 팔아 이민을 간 화랑주들도 있고, 화랑은 열었지만 전시를 하지 않는 화랑도 많다. 갤러리를 카페로 바꾼 곳도 늘고 있다. 우울한 인사동을 더 스산하게 만드는 일은 인사동의 상징중 하나인 플래카드를 없애버린 일이다. 어떤 전시가 열리는지, 요즘엔 어떤 전시가 유행인지 알고 싶다면 고개들어 플래카드를 보면 된다. 살아 있는 인사동을 알리는 존재가 바로 플래카드이다. 그것이 없어진 것은 거리 정비 때문이다. 종로구청은 노점상을 단속하면서 거리질서 확립을 위해 플래카드 설치를 아예 금지했다.
그러나 두달간 단속했다는 노점상은 공무원이 퇴근하는 오후 6시 이후에는 어김없이 나타나 인사동을 차지하고 있고, 손님을 부르는 소리 역시 여전하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호주 미술전문가에게 인사동에 대한 인상을 물었다. 『화랑과 한복집이 많아 인상적이었다』고 답했다. 외국인들에게 인사동은 미술작품이 많고, 한국식 먹거리가 있고, 한국 복식문화인 한복이 있는 곳이다. 한 나라의 문화를 맛보기 좋은 곳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했다. 이국적 정서를 만끽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게 만드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닌 것같다.
문화는 흐르는 물과 같다. 때문에 문화행정은 흐름을 유도하는 유연한 그것이어야 한다. 도로를 정비한다고 「싹 쓸어버려라」하는 식의 발상은 곤란하다. 문화가 흐를 때 돈도 흐른다. 돈이 흐르면 밥먹고 사는 일도 좀 더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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