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정치의 비극적 전개가 이제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리고 있다. 특별검사의 르윈스키보고서가 인터넷에 실려 전세계를 휩쓸고 난후, 이번에는 지난 8월 대배심 심문에 증언했던 클린턴의 비디오테이프가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전미국에 공개됐다.비디오의 대부분이 르윈스키와의 성관계를 증언하는 것으로 방송중 「적나라한 성적묘사」를 주의하는 메시지를 내보내야 했다니 자기나라 대통령이 엄숙한 집무실에서 벌인 행태를 듣는 미국인들의 당혹감을 짐작할 만하다. 미국이란 나라가 우리 사회와는 다른 도덕률이 지배한다고 하지만, 대통령이 도덕적 모범을 갖춘 지도력으로 국가를 통합해주기를 바라는 미국민들의 염원은 우리와 다르지 않고, 또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미 본란을 통해 이 사건으로 인한 클린턴 대통령의 지도력의 공백이 몰고올 국제정치 및 경제에 줄 파장을 걱정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사태전개를 보면, 걱정이 위험한 현실로 매우 빠르게 다가옴을 느끼게 된다.
우선 세계경제의 심장 노릇을 하는 뉴욕증시의 맥박이 극히 불안하다. 동남아에서 시작된 외환위기가 러시아를 거쳐 남미까지 덮친 외부환경에다 대통령탄핵위기에 몰리는 국내정치상황으로 월가는 극도의 긴장상태에 있다. 클린턴은 최근 세계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선진국회의등을 서둘러 주창하고 나섰지만 당사국들이 클린턴의 리더십에 회의를 품으면서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클린턴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엔의 역할로서 세계 테러리즘의 근절을 역설했다. 그러나 그는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장기간 공석으로 비워둔채 있으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중심으로 수렴됐던 외교안보팀의 결속력도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우리는 클린턴의 지도력 약화가 대한반도 정책수행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지 똑똑히 경험하고 있다. 미 의회는 공화당의원이 중심이 되어 미·북한 합의사항인 3,200만달러의 대북한 중유지원 예산승인을 보류했다.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로 촉발된 동북아의 미묘한 긴장관계가 어떤 돌발상황으로 변할지 모르는 시점에서 미국대통령의 리더십 부재는 위험한 일이다.
미 하원은 곧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를 밟을지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미국의 여론은 탄핵을 원치 않고 있으나 탄핵절차를 결정하는 것은 공화당이 지배하고 있는 하원이다. 더구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20여년전 닉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가 던진 파문을 생각할 때 클린턴 탄핵의 물꼬가 어디로 방향을 틀지 우리의 입장에서도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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