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코페르니쿠스 국역서 한권 없어”/‘고전번역 현황과 전망’세미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코페르니쿠스 국역서 한권 없어”/‘고전번역 현황과 전망’세미나

입력
1998.09.23 00:00
0 0

◎번역인정 인색·도서관 구매 적어/그나마 오역많아 양·질 모두 낙후우리나라의 서양고전 번역작업은 질과 양적으로 모두 빈약하다. 대우재단이 16일 「고전번역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는 국내의 서양고전 번역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양대 철학과 이현복 교수는 발제를 통해 『탈레스에서 시작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정점을 이루는 희랍철학의 경우 번역서 대부분은 플라톤에 국한돼 있다』며 『그나마 상업성이 있음직한 「국가론」과 몇몇 단편집의 번역에 치중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세철학 연구의 토대가 되는 라틴 로마철학서에 대한 번역도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론」과 「신국론」등에 제한돼 있으며 새로운 자연관을 형성한 코페르니쿠스등의 저서번역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서양 고대·중세 및 근대철학에 대한 원전들은 대부분 번역되지 않고 있으며 번역된 책들도 오역이 많아 해당 분야의 학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국내의 서양고전번역의 질이 매우 뒤진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재번역한 강정인씨는 해제(解題)에서 기존 번역본의 문체가 현대적 감각에 적합치 않고 많은 오역과 생략이 있어 번역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80년대 이전에 출판된 번역서들은 대부분 일본어·영어 중역판이어서 원전의 고유한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양고전번역의 낙후원인으로는 번역서의 1차적 수요자여야 할 공공·대학도서관의 역할 포기, 번역에 들인 노력에 비해 경제적 학문적 성과를 얻을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등이 꼽혔다. 번역의 중요성에 대한 학자들의 인식결여도 큰 요인으로 지적됐다. 서구의 경우 고전번역은 대부분 학술전문 메이저 출판사와 대학출판부가 담당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공공도서관이 고전번역서를 안정적으로 구입하는등 번역지원체제도 확립돼 있다.

한국문화복지협의회장 이중한씨는 『일본 학교도서관 도서선정위원회가 어떤 책을 수서(收書)도서로 선정하면 최소 2만권 이상을 구입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고전은 인류의 공동자산으로 창조적인 학문발전의 토대가 된다. 일본의 경우 이미 1920년대부터 고전번역에 힘을 쏟아 현재 번역되지 않은 서양고전이 거의 없을 정도로 풍부한 연구기반을 마련해 놓았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그렇지 못한 나라와의 학문적 격차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학자들은 원전을 읽기 위해 몇 배의 노력과 시간을 허비할 수 밖에 없다.

서울대 물리학과 장회익 교수는 『고전번역을 논문이나 저서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학문적 업적으로 평가하는 국내 학계풍토의 개선, 학자와 출판사가 고전번역서를 꾸준히 내놓을 수 있는 지원제도의 확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김철훈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