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땐 암세포증식 등 질병 유발/국내서도 노화촉진물질 등 규명활발사람 몸에도 스위치가 있다. 일정한 외부신호에 따라 세포활동을 지시하는 게 스위치의 역할이다. 예컨대 태아의 손은 원래 뭉치모양인데 손가락 사이 세포가 자살신호를 받아 죽음으로써 다섯 개의 손가락이 모습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자살신호가 어떤 과정을 통해 발생, 전달되는지 그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는 아직 초보단계이다. 몸 속의 스위치, 즉 세포신호전달체계는 성장인자, 신경전달물질등의 신호를 세포에 전달, 생명활동이 이루어지게 한다.
미국등 선진국은 세포신호전달체계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질병의 원인과 생명의 신비를 밝히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도 최근 이화여대 세포신호전달연구소등을 중심으로 이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인체에는 100∼200종의 신호전달물질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구조와 생성소멸메커니즘이 완전히 밝혀진 것은 몇 종 안된다. 이서구(이화여대 석학교수·미국 국립보건원 세포신호연구실장) 박사는 89년 인산계 효소중 하나인 PLC(Phospholipase C)라는 신호전달물질을 분리 규명해 세계적인 평가를 받았다. 최근엔 인체의 노화메커니즘에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활성산소종이라는 신호전달물질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만약 세포신호전달체계가 고장나면 어떻게 될까. 암세포의 경우 자기증식을 멈추지 않아 종양으로 발전한다. 분열신호를 받으면 태아의 세포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성장하지만 분열신호가 불필요할 때 발생하면 암이 발병한다. 백혈구세포는 일단 생성된 뒤 일정한 시간 내에 싸울 적이 없으면 자살한다. 그것도 스스로 차곡차곡 접혀 죽어야 다른 세포가 외부물질로 착각해 싸우지 않는다. 백혈구세포 역시 자살신호를 전달받아 죽는 것인데 자살스위치가 켜지지 않으면 백혈구세포가 죽지 않고 늘어나 백혈병이 된다. 꽃가루 먼지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알레르기는 신호전달의 강도가 지나칠 때 생긴다.
세계적으로 많은 세포생물학자와 생화학자들이 세포신호전달체계 규명에 매달려 있으며 의학·약학자들은 이러한 연구를 토대로 각종 질병에 대한 체계적인 치료법과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최근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비아그라도 원래 인체의 세포신호전달체계를 원활히 하기 위해 개발된 신약이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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