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가 노숙자를 살해한 범죄는 노숙자 문제의 심각성을 또 한번 일깨워 주었다.지난 주말에는 주택가 골목길에서 가스총으로 행인을 위협해 현금카드와 금붙이를 빼앗은 20대 노숙자 2명이 강도상해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절도행각을 벌인 뒤 같은 날 경찰에 자수한 30대 노숙자는 날씨가 쌀쌀해져 더 이상 노숙하기 어렵자 교도소행을 자청한 케이스다.
노숙자 범죄의 일부에 불과한 최근의 몇가지 사건에 함축된 메시지는 크다. 우선 쌀쌀한 날씨에 더 이상 노숙생활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그 많은 노숙자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절박한 문제에 부딪친다. 노동과 속박을 싫어하고 공짜로 먹고 살려는 그들을 언제까지 먹이고 재워주어야 하는가. 이들중에 형성되기 시작한 부랑자 무리의 범죄유혹을 어떻게 자제시킬 것인지도 발등의 불처럼 화급해진 과제다.
지난봄 서울역과 영등포역에서 노숙자를 가장해 2박3일간을 함께 보내고 작성한 노동부 사무관 2명의 체험보고서에 따르면 가출 2개월이 넘으면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체념을 하게 된다고 한다. 점심과 저녁을 무료급식소에서 해결하고 공원에서 낮잠을 자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면 나태해져서 일거리를 준다고 해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촌에서는 일손이 모자란다고 야단인데 도시의 노숙자들이 들은체도 않는 것은 이런 이유다.
현재 서울역과 몇몇 공원 지하철역 등에 2,400여명의 노숙자가 있으며, 연말께는 3,300여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해 먹여주고 재워주는 대신 반드시 일을 하게 하는 「노숙자 바로서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희망자는 전원 시립 복지시설과 사회단체 시설에 수용하고, 노쇠자와 병약자는 꽃동네 등 요양시설에, 입소 거부자는 부랑인 수용시설에 보호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수용능력 750여명 시설에 수용자가 50%도 못되는 이유는 흡연을 규제하고 막말을 하는가 하면, 주민증 없는 사람을 제외하는 등 관료적 운영에 원인이 있다고 한다. 그런 점을 참고해 노숙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해주기 당부한다.
아울러 정부는 노숙자문제를 실업사태 해결의 한 축으로 인식해 범정부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생활보호대상자 수를 늘려 실업자들에게 월 20만원의 혜택이라도 주고, 재정적자의 최대 감내한도폭 안에서 공공사업을 크게 늘려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새로 집을 뛰쳐나오는 실직자를 막아야 노숙자 문제의 근본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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