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개혁의 갈림길/金鎭炫 서울시립대 총장(火曜世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개혁의 갈림길/金鎭炫 서울시립대 총장(火曜世評)

입력
1998.09.22 00:00
0 0

한국의 위기 상황이 내년에 끝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개혁이 안착(安着)되리라 전망하는 사람보다 혼돈을 예상하는 편이 압도적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그러하다. 참으로 안타깝다. 9개월 전만해도 DJ의 대통령 등장으로 안에서는 개혁담당 세력이 명료해지고 밖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 미국등과 정책호흡이 순조로워 희망의 확신이 있었다. 뿐더러 안중근 의사의 대한국인(大韓國人) 글씨와 손바닥 도장찍힌 스티커가 거리를 누비고 금모으기등 국민들의 위기극복 의지가 돋보였다. 지금 그때보다 더 높아졌어야 할 개혁의 탄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개혁주도 세력이 애매해지고 정부와 심각한 일을 겪어 본 내외국인들은 전과 별로 달라진게 없다고 불만이다.왜 그럴까. 첫째 개혁의 실체가 조금씩 실천되면서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가를 실감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97년 수준으로 실업률이 떨어지려면 5년이상 걸리고 올해부터 시작되는 재정적자가 다시 균형을 회복하려면 7년 내지 10년 걸린다. 각 분야가 구체적 개혁착수에서 모두 회피 은폐 침묵 저항으로 반응하고 자발적으로 앞장서는 세력이 없다.

둘째 개혁에 대한 의미있는 합의가 없었다. 개혁의 언설(言舌)과 감정은 있었으나 주체적 의지, 자발적 실천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 순간에도 위기를 ①외환­경제위기로 보고 부분·점진적 개혁의 주장, 즉 경제 제1주의적 입장 ②경제 정치 안보 사회의 총체적 부패 총체적 위기로 보고 총체적 개혁 급진적 개혁의 입장 ③총체적 개혁이되 우선은 경제 또는 정치에 두고 나머지는 점진적이어야 한다는 입장 ④반(反)IMF와 애국주의 감정으로 재벌과 반체제세력이 합의하는 기묘한 현상 ⑤개혁추진체의 이기적 책임회피적 행태들로 갈등을 보인다. 각각의 입장은 또한 기능주의적 접근, 정치조작적 접근, 도덕주의적 접근, 폭력적 접근등 여러 성격을 띤다. 시간이 갈수록 수렴되기 어려울 것이다.

경제적 기능주의적 입장은 「한강의 기적」세력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그 한강의 경제적 기적이 바로 「기적적 부패」와 부실(不實)의 원죄였다는 사실을 「참회」청산하지 못하는 한 실효가 적다. 총체적 급진적 개혁은 때를 놓쳤다. 국민적 위기극복의지가 높았을 때 신뢰받는 주도세력에 의하여 지난 6월안으로 1단계를 끝냈어야 했다. 이제 세계적 정치지도력 약화와 공황우려로 해서 점진론 급진론의 상충이 강해질 것이고 애국주의로 포장한 반동(反動)도 거세질 것이다. 총체적 위기는 더욱 악화되는 쪽이지 완화되는 방향이 아니다. 불신과 냉소의 심화가 이를 말한다.

우리 모두 지난 9개월간의 경험을 진솔하게 반성하면 혼돈과 위기극복을 위하여 다시 한 번 총체적 개혁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 제기된 세계적 경제위기, 동북아의 안보동요, 국민들이 모두 체감 반성(?)하는 개혁의 언행 불일치…. 이 모두는 정부가 다시 한 번 개혁의 비전과 전략과 의지를 보이고 「개혁 담당세력의 구축」과 「희생의 모범」을 보이면 새로운 계기, 탄력의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추가적 이익은 전혀 없고 고통만 따를 수밖에 없는 개혁에서 주체적 담당세력=자발적 희생세력을 구축하지 못 하는 한 개혁의 운명은 슬프다.

고통을 극복하여 총체적 개혁에 성공하면 우리는 선진국(善進國)으로 간다. 개혁노력하다 실패하면 정권을 잃을 것이다. 그러나 개혁을 회피하면 정권이 아니라 나라와 민족이 망한다.

다시 개혁의 「마지막」전기를 마련하자. 주체적 담당 주도세력을 구축하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