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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여자들이 벗어놓는 젊고 색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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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여자들이 벗어놓는 젊고 색다른 이야기

입력
1998.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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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들의 저녁식사­세여자의 솔직한 수다통해 섹스관의 갈등·해법찾기/정사­서른아홉 유부녀의 불륜 이미숙·이정재 호흡 맞춰성에 대한 젊은 영화「처녀들의 저녁식사」와 「정사」가 완성됐다. 신인 임상수와 이재용 감독의 데뷔작이다. 영화는 둘 다 새롭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처녀들의 저녁식사」가 직설적이고 솔직하다면 「정사」는 감추고 잘라낸 듯한 영상으로 분위기를 잡는다.

「처녀들의 저녁식사」는 말로 시작된다. 한 집에 사는 세 여자가 저녁식사 자리에서 나누는 「수다」는 모두 성에 관한 것이다. 섹스의 느낌과 욕구, 자위행위, 결혼관에 대한 생각들이 꾸밈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 자리에 늘 끼어 있는 유일한 남자인 연이(진희경)의 애인 영작(조재현)의 존재는 성에 관한 대화가 여자들만의 은밀한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호정(강수연)은 자유로운 섹스관을 가졌고 연이는 섹스상대와 결혼해야 한다는 상대적 보수주의자. 순이(김여진)는 욕구를 억누르고 있는 무경험자이다. 영화는 이 차이로 인한 갈등과 해답찾기에 초점을 맞춘다. 자유분방한 성은 진정한 사랑을 못 보고 남자에게 의존하는 성은 만족을 느끼지 못하며 억제된 욕구는 폭발할 때 위험하다는 것. 미화나 과장없는 영상, 재치있는 대사가 음란성을 차단한다. 그러나 영화는 뒤로 갈수록 새로운 시도에 자신을 잃고 배우들의 벗은 모습을 쓸데없이 반복한다. 그 결과 날카롭고 재치있는 언어로 시작해서 마지막 체험을 통해 메시지를 드러내려는 영화 본래의 참신한 양괄식 구도가 흐트러졌다.

「정사」는 영상과 느낌의 영화다. 남편과 아들이 있는 서른아홉살의 여자 서현(이미숙)이 자기 동생과 결혼할 남자 우인(이정재)과 저지르는 불륜. 이 도전적인 스토리가 젊은이들에게 호소력을 가지려면 뛰어난 영상과 깔끔한 구성 뿐이라고 판단했다. 영화는 대사와 움직임을 극도로 억제했다. 호젓한 호수와 강, 깔끔한 화랑 카페 레스토랑을 주로 찾았고 시간의 변화에 따른 분위기 차이로 주인공의 감정을 대신했다. 아파트나 실내 공간조차 일상의 소품들은 모두 걷어내고 회색빛 배경으로 통일했다. 카메라를 거의 움직이지 않고, 대신 같은 장소에서 시간이동에 따른 심리변화를 위해 점프컷을 사용했다. 정사장면의 과다한 노출과 몸짓도 배제했다.

짧게 끊어가는 장면전환, 반복되는 음악과 미장센은 설명보다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젊은이들의 기호에 맞다. 그래서 전자오락실이나 학교과학실에서 터뜨리는 두 사람의 격렬한 움직임은 더욱 자극적이다. 이정재와 이미숙의 연기는 자연스럽다. 그러나 분위기에 빠지다보니 영화는 개연성을 잃었다. 부부생활에 문제가 없는 여자가 모든 것을 팽개치고 너무 쉽게 불륜을 선택한 것이나, 육체적 욕망 앞에서 도덕성과 죄의식도 없다는 설정. 「정사」는 정물화처럼 아름답고 산뜻한 영화라고 했다. 그러나 영화는 그림이 전부는 아니지 않는가.<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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