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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비디오 증언 공개­증언대의 ‘인간 클린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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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비디오 증언 공개­증언대의 ‘인간 클린턴’

입력
1998.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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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하고 초라한 대통령/자신감 넘친 지도자 면모는 간데없고/시종일관 임기응변 급급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21일 세계의 지도자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전세계 180여국 정상, 대표가 모인 53차 유엔 총회에 참석한 그는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관례에 따라 첫번째 기조연설자로 연단에 섰다. 테러리즘 일소를 위해 국제 공조를 역설한 그의 연설은 언제나처럼 힘에 넘쳤다.

그러나 같은 시각 세계의 눈과 귀는 온통 「또다른」 클린턴에 쏠렸다. 그를 탄핵위기로 몰고 있는 섹스스캔들과 관련, 8월17일 백악관 맵룸에서 진행된 연방대배심의 증언 장면이다. CNN, MSNBC방송 등을 통해 전세계에 공개된 비디오 속의 클린턴은 평소 자신에 차있던 그와는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증언에 나선 그는 율사 출신답게 특별검사팀의 질문에 정면으로 반박하는가 하면 때로는 말을 돌리거나 웃음, 또는 대답을 회피하면서 위기를 모면하고자 했다. 한번은 화를 참지 못한 그가 맵룸을 나가버려 증언이 1시간동안 지연되기도 했다.

클린턴과 특별검사팀은 「선서」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문제를 둘러싸고 초반부터 격돌했다. 탄핵사유인 위증이 걸린 중대한 공방이었다. 안경을 꺼내 쓴 클린턴은 준비한 진술서를 읽어내려 갔다. 「부적절한 성접촉은 있었지만 폴라 존스 재판에서 정의한 성관계는 아니었다」는 것이 그 요지였다. 로버트 비트먼 부검사가 성관계라고 재차 질문하자 『가령 키스는 정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며 핵심을 피해나갔다. 클린턴은 곤혹스런 질문에는 진술서에서 언급했다고 답변을 대신했다. 클린턴은 특별검사측의 추궁으로 곤경에 빠질때마다 연신 물을 마시거나 안경을 다시 꺼내 쓰면서 변호사들이 준비해 둔 답변서에서 해당부분을 찾아 보며 답변했다. 또 『기억이 희미하다』 『내 기억이 맞다면…』등의 문장을 자주쓰면서 생각을 가다듬으려 노력했다.

그는 또 『섹스는 인간사에서 가장 알 수 없는 영역』이라는 철학적 수사를 동원했다. 검사측이 백악관 집사장이 르윈스키가 준 넥타이를 매고 연방대배심에 참석한 이유를 묻자 그는 잠시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지은 뒤 자신에게 들어오는 많은 넥타이 등 선물을 직원들에게 주기도 했다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4시간 동안 진행된 증언에서 미국대통령이 보인 모습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임기 응변에 급급했던 한 자연인에 지나지 않았다.<뉴욕=윤석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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