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와르 체포로 反政시위 격화안와르 이브라힘은 19일 그의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며 17년째 집권하고 있는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를 수하르토와 마르코스에 비유했다. 마하티르도 부패와 정실주의로 인해 경제를 파탄시키고, 끝내 피플 파워에 의해 권좌에서 물러난 이웃 아시아 지도자들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안와르는 다음날 국립이슬람사원에서 5만여명의 군중을 향해 마하티르의 사임을 강력히 촉구하는 연설을 마치고 귀가한 뒤 2시간만에 경찰에 전격 체포됐다. 그의 체포 이유는 당초 알려졌던 남색(男色) 등 사생활 문란 때문이 아니라 공공질서 및 평화파괴 등 국내보안법 위반혐의였다. 국내보안법에서는 혐의자를 재판없이 무기한 구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그가 체포된 20일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영연방 체육대회 폐회식(21일)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날이어서 그의 체포가 매우 전격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마하티르가 얼마나 분노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안와르가 체포되자 콸라룸푸르에서는 최루탄이 난무하는 가운데 안와르의 석방과 마하티르의 퇴진, 개혁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틀째 벌어졌다. 81년 마하티르 집권후 가장 큰 규모의 반정부 시위였다.
마하티르는 2일 안와르를 모든 공직에서 해임시키면서 이미 이같은 사태를 어느 정도 예견했다. 마하티르는 이같은 반정부 시위의 발전에 맞서 21일부터 안와르 지지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에 나섰다.
마하티르의 이같은 강공법이 먹혀들 지의 여부는 경제에 달렸다. 말레이시아 경제는 올해 2·4분기 마이너스 6.8%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다. 다만 수하르토의 실각을 몰고왔던 지난 5월의 인도네시아 상황보다는 낫다는 게 위안이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아 경제운용의 폭도 넓다. 외환통제와 이자율 인하, 경기부양 조치 등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IMF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은 덕분이었다.
마하티르는 일단 링기트화의 환율을 고정시킴으로써 수입물가를 안정시켜 물가문제를 잡으려 하고 있다. 긴축정책의 포기와 과감한 경기부양 조치로 실업문제도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젊은 개혁세력인 회교청년운동(Abim)과 그 구심점에 있는 안와르를 깨끗이 제거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박정태 기자>박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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