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벽 허물고 협력땐 활성산소종 신호규명 가능”올해 초 이서구(李瑞九·55) 박사가 이화여대 석학교수로 부임하자 많은 대학과 연구소가 깜짝 놀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세포신호연구실장으로 있는 그를 스카우트하려던 곳이 한 둘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인산계 효소중 하나인 PLC라는 신호전달물질의 작동메커니즘을 규명한 이박사의 논문은 이 분야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이론이다. 그는 이화여대 세포신호전달연구소 제1과제인 「활성산소종의 신호전달기전연구」를 책임지고 있다. 이 연구소는 과학기술부지원을 받는 우수연구센터로 지정돼 있다.
이박사는 먼저 연구분위기부터 쇄신하고 있다. 『건물 지을 돈은 없다』는 장상총장에게 이박사는 『지금 건물지을 때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대신 자연과학대 건물 2, 3층의 실험실 일부를 터서 각각 150평규모의 실험실로 만들 예정이다. 무얼 하는지 서로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옆방의 세미나에 귀기울이기만 해도 많은 문제가 해결되고 연구가 진척될 수 있습니다. 외국의 명성높은 과학자요? 서울에서도 풀지 못할 문제는 거의 없습니다. 다른 분야의 연구내용에 관심만 가지면 됩니다』
세포신호전달연구소의 2개과제 연구에 참여하는 18명의 교수는 생화학, 분자생물학, 약리학, 생리학, 세포생물학, 유기화학, 무기화학 등 전공이 제각각이다. 이들은 이화여대(14명) 전남대(1명) 포항공대(2명) 한양대(1명)로 학교도 다르다. 연구성과를 내는 것은 한 과학자의 천재성이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과 개미처럼 부지런히 하는 실험과 연구라고 이박사는 설명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캡틴이 아니라 치어리더』라고 말한다.
벽을 트는 이유는 전공의 벽을 허무는 동시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자는 의도이다. 연구실적에 따른 차등연봉제를 실시하고 산학연계 공개강의도 열 계획이다. 이박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NIH의 연구실장직을 겸한 뒤 이화여대 전임교수로 부임한다. 이른 시일 안에 NIH에 현지연구소를 개설하고 국제학계와 학술교류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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