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국민회의 기자실에는 7쪽짜리 보도자료가 하나 배포됐다. 문건의 이름은 「세도(稅盜) 한나라당 진상보고대회」. 그 안에는 21∼26일 사이에 세차례로 나눠 전국 222개 지구당별로 예식장 등에 당원·지역주민 등 500여명을 모아 놓고 한나라당의 행태를 규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문서상으로만 봐도 단순히 의례적으로 하고 넘어가는 행사가 아닌데도 국민회의 대변인실은 이에 대해 별도의 설명을 하지 않았고 당직자들로부터도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질문을 하면 『당원교육일 겁니다』라고 말하는 정도였다. 실무당직자들은 『윗분에게 물어보라』며 공을 넘겼다. 한 당직자는 『일단 해 보고 2·3차는 안할 수도 있다』는 애매모호한 말까지 했다. 왜 국민회의 인사들은 이처럼 「축소지향적」인 태도를 보일까. 국민회의 스스로 이 대회가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실제로 「보고대회」는 야당의 원외투쟁에 관한 국민회의의 최근 입장과 모순되는 측면이 많다. 우선 국민회의는 야당을 향해 거의 매일 『지금이 옥외집회를 할 때인가』라고 묻고 있다. 그러면 같은 논리로 『지금이 옥내집회는 해도 되는 때인가』라고 물으면 어떤 답을 내놓을 지 궁금하다. 행사에 들어갈 비용도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서울지역 예식장의 경우 이런 행사에 보통 30만원정도를 대관료로 받는다고 한다. 222개지구당에서 모두 한다면 지역별 차이는 있겠지만 6,000여만원의 거금이 소요되는 셈이다.
야당더러는 『왜 국회에 들어오지 않느냐』고 비난하면서 국회 회기중에 소속의원들을 경향 각지에 연사로 파견하겠다는 발상도 이중적이다. 또 가뜩이나 야당이 자극돼 있는 상황에서 여당도 같이 흥분할 경우 정치는 과연 누가 책임질 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회의는 과연 포장만 여당이 된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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