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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와 민족주의/에블린 도먼 미국인(한국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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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와 민족주의/에블린 도먼 미국인(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8.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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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한국의 역사를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나는 자주 한국의 민족주의에 대해서 생각해왔다. 기본적으로 한국인은 매우 강한 민족주의적인 성향을 가졌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 정반대인 경우도 있다.한국인들은 여러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한민족임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혈통의 중요성이 다른 나라 사람보다 강한 것같다. 또 한국은 여러가지 국난을 겪으면서 민족주의가 강해진 것같고 지금도 IMF 국난극복을 통해 이런 성향이 강화하고 있는 것같다.

그런데 서울에 살면서 나는 이와는 상반된 경향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특히 내가 한국말을 배울때 여러 사람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비합리적인 말을 배우는지 물어보았다. 실제로 한국 사람들은 한글과 한국어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한국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한국어보다 외국어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같다.

프랑스인은 프랑스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반드시 프랑스말을 하는데 한국인의 경우는 외국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외국어로 하려고만 한다. 그래서 외국 사람들은 한국에서 한국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기가 어렵다. 여기가 한국인데도 참 이상하기 짝이 없다.

나의 경우 서울대에서 한국 역사를 배울 때는 한국어로 배우지만 반대로 거리로 나가 내가 영어를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한국어를 구사할 때만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같다. 여기가 한국인데도 나한테 질문을 한국어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거의 영어로 질문이나 대답을 한다.

한국사람들은 한글과 한국어의 소중함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것같다. 그것은 곧 그들의 민족주의 성향도 피상적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민족주의는 두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거기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민족주의가 강하면 민족주의의 부정적인 측면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외국사람인 나로서는 진짜 한국인의 모습과 진짜 한국인의 자존심을 보고싶다.<서울대 국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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