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가본 사람들은 도시의 큰 교차로에 대각선으로 그어진 횡단보도가 얼마나 편리한지 경험했을 것이다. 길을 건너가 또 한번 건널 일이 있어도 신호를 한번 기다려 질러가면 된다. 모든 차량이 멈춰서고 경쾌한 시각장애인용 신호음이 울리는 가운데 사람들이 길을 건너는 모습은 평화롭고 활기차 보인다. 영국에는 횡단보도를 인도와 같은 레벨로 높여 자동차가 속도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도시도 있다고 한다.■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 네거리와 을지로입구에는 횡단보도가 없다. 그곳 뿐 아니라 지하철역이나 지하도가 있는 곳은 있던 횡단보도마저 없애버렸다. 그러나 또 종로 네거리에는 구 화신에서 제일은행 방향으로만 횡단보도를 그어놓았다. 지하도에 에스컬레이터나 리프트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다. 건강한 사람은 좀 더 걸으면 그만이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은 보행권을 박탈당한 셈이다.
■낮에는 그래도 낫다. 지하철이 끊긴 늦은 밤이면 삼성역과 신도림역 같은 곳은 역 시설물을 보호한다고 지하도 셔터를 내려버린다. 보행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무단횡단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사고를 당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사람도 많다. 서울시가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운동을 한다고 들은지 오래인데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교통행정의 초점이 차량소통에 맞추어진 서울은 여전히 보행자 지옥이다.
■참다못해 시민단체가 들고 일어났다. 녹색교통운동 등 6개 시민단체는 며칠전 잃어버린 횡단보도를 돌려달라고 서울시와 경찰청에 요구서를 제출했다. 광화문 네거리, 을지로 네거리 등 10곳에 우선적으로 횡단보도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차 다니기 좋게 하려고 사람을 땅속으로 쫓아버리는 도시는 한국 말고 어느 나라에도 없다. 걷고싶은 거리는 그만두고 걸을 수 있는 도시, 걷기 편한 도시에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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