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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유치/우리경제의 ‘비아그라’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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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유치/우리경제의 ‘비아그라’ 인가

입력
1998.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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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이후 지상과제 ‘외자유치’그러나 수출·구조조정은 소홀히 한 맹목적인 대외의존은 핫머니유입·과도한 이자부담 등 경제회생에 짐이 될 수 있다.외자유치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정부와 은행, 기업의 지상과제가 되었다. 이들은 외국자본 도입만이 우리 경제의 살길이라 외치고 있다. 그러나 「외자 맹신론」에 가까운 무분별한 외자도입이 결국 경제회생의 발목을 잡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국내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외국자본을 경계하는 풍토였지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외자유입에 대해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풍토로 바뀌었다. 심지어 「고양이 색깔이 검든지 희든지 간에 쥐만 잡으면 그만」이라 할 정도로 외국자본의 성격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유치하려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서 외자의 필요성은 무엇보다 절실하다. 외국자본마저 외면하는 국가 경제는 희망이 없다는데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러나 외자만이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고, 외자가 무엇이든 해줄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IMF사태 이후 『내나라에 들어온 돈은 내나라 돈』이라며 적극적인 외자유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외자도입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선 「외환보유고=국가신인도」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곳간에 외환을 잔뜩 쌓아두려는 생각부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대 정운찬 교수(경제학)는 『10% 이상의 높은 이자를 지불하고 외국자본을 끌어와서는 외환보유고를 늘리기 위해 안정적인 투자처에 맡기다 보니 오로지 3∼5%의 수익만을 얻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외환보유고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오히려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교수는 또 『외환보유고를 늘리는게 국가신인도 향상의 충분조건은 아니다』며 『우리가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대한 외국인들의 총체적 평가가 국가신인도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외국자본의 직접투자는 고용증진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지만 단기 수익을 위해 투자하는 외국자본은 유출입이 잦아 국가경제를 교란시키는 주범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금리는 선진국의 4∼5배에 달하고 시장변동이 잦아 초단기 이익을 노리는 핫머니의 표적이 되기 쉽다. 이 경우 급격한 외화 유출입으로 환율 금리 등의 불안이 가중돼 경제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외화 유출입을 감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갖춰야 핫머니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우리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외자유치라는 점도 우려의 대상이다. 산업자원부 고위관계자는 『수출이 늘어나고 산업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등 투자여건이 조성되면 외국자본은 저절로 유입된다』며 『수출은 뒷전에 두고 외자유치를 내세우는 것은 앞뒤가 바뀐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대우경제연구소 신후식 국내경제팀장은 『외자도입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처럼 정책을 운용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특히 정부가 외환위기 극복의 최우선 과제인 수출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산업구조조정이나 수출증진이 수반되지 않는 대외의존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멕시코의 예를 봐도 알 수 있다. IMF의 지원과 기업 해외매각을 통한 외자유치로 외환위기를 극복했던 멕시코의 경우 외국인 기업의 영업이윤 본국 송금과 차입외화 이자지급 등 후유증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96년 19억달러에 불과했던 경상수지적자가 올해는 109억달러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고율의 외채와 외국인 기업의 이익 챙기기에 대한 대책이 없는 외자선호는 국가경제에 이처럼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

외자유치가 지상과제로 떠오르면서 알짜기업을 헐값에 팔아넘기는 경우도 우려되고 있다. 이는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에는 당장 급한 불을 끄기위한 불가피한 조치지만 장기적으로 산업의 기반을 뒤흔드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지난 3월 대상그룹이 독일 바스프사에 「축산업의 반도체」로 통하는 라이신(사료용 동물성장촉진제)사업을 6억달러에 매각했을때 업계에서는 『대상이 당장의 급한 불(단기부채)을 끄기 위해 심장을 도려낸 격』이라고 아우성을 쳤다. 라이신은 100원어치를 팔면 50원이 남는 고수익 품목. 매각대금 6억달러는 대상의 라이신 수출액 3년분에 불과한 액수다. 물론 사업매각에 따른 득실은 당장 평가할 수 없고, 대상그룹의 주장대로 결국은 「남는 장사」가 될 수도 있지만 알짜사업의 매각에는 더욱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외자유치에 모두가 혈안이 된 틈을 타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외자를 앞세우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동아건설은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 40억달러의 외자유치를 내세워 김포매립지의 용도변경을 추진하기도 했다.

외국자본은 잘만 활용하면 약이 되지만 무분별하게 끌어오면 우리경제에 독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주체적 역량을 가지고 잘만 활용하면 외자는 우리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출을 늘려 외화수입도 증가시키며 선진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구세주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채 덥석덥석 외자에 손을 벌리면 더 큰 경제위기가 들이닥칠 수도 있다.<남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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