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치매의 날」이다. 흔히 「노망」이라고 하는 치매는 고령화 사회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도 이에 대한 관심은 낮기만 하다. 모두 나와는 관계없는 일처럼 생각한다. WHO는 이같은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94년 치매의 날을 제정했지만 보건의료 분야의 기술적 진보등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의료, 복지관계자의 관심이나 간호수준도 국제수준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 레이건 전미국대통령이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다고 발표한 후 치매에 대한 관심이 한때 높아졌으나 일과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우리국민의 평균수명이 남자 69.5세, 여자 77.4세인 점을 떠올리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성퇴행성 정신질환인 치매는 걸린 환자도 모든 것을 잃어버리지만 가족들이 받는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에따른 국가적 손실도 무시못할 정도로 WHO가 국가적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95년말 현재 우리나라 치매유병률은 8.3%나 되고, 2010년 8.6%, 2020년에는 9%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치매는 피해가 크고 점점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데도 우리의 대처방법은 구태의연하기만 하다. 환자를 방안에 감금하거나 묶어두고, 심하면 수면제등을 먹여 잠재우기까지 하는 실정이다. 국제환경심리학회등의 연구에 따르면 치매환자도 환경을 깨끗이 해주고 그들의 생활에 관심을 보이며 온화하게 대해주면 무표정했던 얼굴에 웃음이 돌아온다고 한다.
이처럼 「환자와 생활을 같이하는 간병」은 가족의 보살핌이 가장 효과적인데 맞벌이 부부가 많은 상황에서 이는 어려운 일이다. 간병인을 붙이거나 전문요양시설에 보내려 해도 감당해야 할 경제적 부담이 이만저만 아닌데다 「가족같은 간병」은 기대하기 어렵다. 환자의 생활이나 생각을 이해하기 보다는 위압적이고 지시일변도의 간병이 그 중심을 이룬다.
이같은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 치매 전문간병인과 식사나 목욕수발등을 하는 가정봉사원체제를 확립하고, 전문적인 장기요양시설이나 시간단위나 며칠씩 환자를 맡아 보호 및 간병해주는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65세이상의 노인 10명중 1명이 치매환자가 되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현실에서 이는 하루도 늦출 수 없다. 이와함께 국민 모두가 치매는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일이란 의식을 가져야 한다. 「치매의 날」이 잊혀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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