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실내악운동이 본격화한지 10여년. 새로운 음악실험이 비교적 자유로운 소편성의 국악실내악팀이 국악의 대중화, 현대화를 내세우며 80년대 후반부터 우후죽순처럼 등장, 지금은 전국에 70여개나 된다.국립국악원의 98 국악실내악축제(16, 17일 국립국악원 예악당)는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동시에 드러냈다. 첫 날 한국음악발전연구원, 슬기둥, 푸리, 둘째날 중앙국악실내악단, 전주국악실내악단, 오느름이 공연했다.
먼저 국악실내악이라는 용어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실내악이라면 앙상블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섬세하고 정밀한 음악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번에 초청된 단체들은 이와 다르다. 밴드형태(슬기둥, 중앙국악관현악단), 4명의 타악그룹(푸리), 서양식 현악오케스트라(한국음악발전연구원), 양악기(첼로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의 혼합편성(전주국악실내악단)등 서로 색깔은 다르지만 대체로 앙상블과 거리가 있어 실내악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 「우리악기로 연주하는 소규모 창작음악」 정도가 맞는 표현일 것이다. 조촐하고 오붓한 실내악을 기대하고 찾아간 관객은 어리둥절했다. 이런 개념상의 혼돈은 앞으로 정리돼야 할 부분이다.
가능성의 면에서 주목할 단체는 슬기둥과 푸리, 중앙국악실내악단. 요즘 감각에 맞는 음악으로 대중 가까이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음악적 완성도와 지향점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슬기둥이나 중앙국악실내악단의 대중취향은 예술성의 보강을 통해 좀 더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전통장단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자유분방한 파격을 즐기는 푸리도 타악의 폭발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정적인 아름다움에 눈돌릴 것을 주문하고 싶다.
가장 큰 아쉬움은 좋은 작품이 드물다는 점. 더러 실망스러울 정도의 곡도 있었다. 연주자들에게 음악적 성취감과 도전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이 많이 나와야 한다. 옛날 풍류음악이나 시나위에 견줄만한 훌륭한 실내악곡을 기대한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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