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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압력을 넘어서/崔然鴻 서울시립대 객원교수(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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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압력을 넘어서/崔然鴻 서울시립대 객원교수(한국시론)

입력
1998.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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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도체합병 독점시비/한국사정 무시한 자국利己/NO라 말할수 있는 통상정책을LG와 현대간에 반도체 합병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나라들은 자국의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여 한국의 구조조정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한다. 한국경제가 재앙에 처해 기업들이 살아남기위해 진통을 겪고있는 마당에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매를 드는 이같은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할 지 모르겠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도 윤리가 있고 세계 시장의 경쟁에도 질서와 윤리가 있다. 비록 자국의 이익을 타국의 이익보다 우선하는게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이라지만 그 경우에도 이렇게까지 몰아칠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의 반도산업은 한국경제의 희망봉이다. 삼성, LG­현대 합병회사, NEC등이 세계D램 시장 점유율 1,2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서 독점기업 음모라고 비난하고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한다면 이는 한국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지나친 경쟁으로 회사들이 망하고, 자국의 경제이익이 훼손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기업들은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묘안을 찾고 있다. 그것을 구조조정이란 말로 일반화하고 있다. 미국도, 영국도 1980년대에 구조조정을 경험했다. 국방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사간의 경쟁을 줄이고 회사마다 전문화를 재촉하게 했다. 비행기의 경우 미국의 3대회사(보잉, 맥도널 더글러스, 록히드)간의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그것도 분명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소될 만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당시 레이건대통령은 독점기업에 대한 규제법을 무시하면서까지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세계시장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과 기업간의 합병이 정당화하는 문화를 창출했던 것이다.

한국의 경제대란은 80년대 초 미국의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더욱이 구조조정은 IMF가 한국에 부과한 처방전이 아니었던가. 은행이 합병하는 것도, 자동차회사가 합병하는 것도 외국인의 눈으로는 불공정거래로 볼 수 있으며 정부 주도의 개혁도 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유시장 경제체제라고 할지라도 정부의 역할은 있게 마련이다.

미국도 경제정책 재정정책 화폐정책을 정부가 주도해 경제안정과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 세상 어느 나라 정부도 아담스미스식의 「최소의 정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정부가 경제정책을 만든다. 1930년대의 대공황을 극복한 것도 미국정부이며 월스트리트가 망해 경제회생이 불가피하다면 미정부가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크라이슬러가 망해갈 때 회사를 일으켜준 것도 역시 카터정부였다. 카터 정부의 개입으로 미국의 3대 자동차회사는 회생할 수있었고 그만큼 미국경제를 살려냈던 것이다.

한국정부가 경제개혁을 주도하지 않는다면 대기업들이 모여서 평화롭게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적어도 정부는 교통순경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같은 정부의 역할은 평화시대에는 물론이고 위기시대에는 더욱 증대된다. 자국이익을 지키기 위해 한국의 경제개혁이 시장경제의 틀을 벗어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먼저 자국의 경제사를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 정부의 통상정책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외국으로부터의 부당한 압력에는 「노(NO)」라고 말하고 당당하게 그들을 설득할 수있어야 한다. 이 세상 어느 나라도 이 위기로부터 한국을 구해줄 수는 없다. 논리보다 힘을 앞세운 외압에 전혀 흔들림없이 난국을 정면돌파하는 지혜와 용기, 결단이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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