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면 세무조사” 엄포/주요그룹 공정가 20억/돈수수 ‘007작전’ 방불임채주(林采柱) 전 국세청장과 이석희(李碩熙) 전 국세청 차장은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자금 모금과정에서 기업들에게 세무조사의 「채찍」과 징세유예의 「당근」을 동시에 사용한 것으로 18일 드러났다.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 의원은 지난해 8월부터 기업들의 선거자금 지원이 막히자 고교 동기인 이 전차장에게 「비협조적인」 기업인들에게 압력을 넣어 자금지원을 해주도록 부탁했다.
이 전차장은 서의원과 대상기업을 상의해 매출규모와 경영상태를 기준으로 100여개 업체를 선정했다. 이 전차장은 임 전청장과 업체를 분담한 뒤 기업주나 임원을 사무실로 불러 선거자금 지원을 요구했다. 돈을 「징수」 할때도 「007첩보영화」에 나오는 점조직식 접수방법을 택했다. 이씨가 정하는 호텔객실에 현금이 든 가방이나 사과상자를 놓고 가거나 지하주차장에 대기시켜 논 승용차의 번호를 미리 가르쳐 주고 트렁크에 돈가방을 실어 보내 돈을 주고 받는 사람이 서로 누군지 모르게 했다.
검찰관계자는 『기업들은 5년마다 정기 법인세 조사를 받고, 재벌그룹은 매년 수개 계열사가 세무조사 대상이 되기 때문에 외환위기 여파로 자금난을 겪으면서도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세금징수 유예를 요청하자 대선자금을 내는 조건으로 혜택을 주겠다고 회유하기도 했다. 실제 OB맥주와 하이트맥주는 지난해 12월 각각 1,451억원과 707억원의 주세를 1∼2개월 동안 징수유예받는 조건으로 4억5,000만원과 4억3,000만원의 대선자금을 냈다. 하루만 연체돼도 징수액의 10%에 해당하는 가산세가 붙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특혜인 셈. 이들 기업은 한나라당 김태원(金兌原) 전 재정국장에게서 당초 10억원과 5억원씩의 대선자금을 요구받았으나 『돈없어 세금도 못내는데 액수가 너무 많다』고 버텨 할당액수인 10억원을 절반이하로 깎아 내는 「알뜰장사」를 했다.
주요 그룹중에는 20억원을 낸 대우는 평소 자발적인 기부금을 내지 않아 「괘씸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밝혔다. 대우는 특히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곤욕을 치른 김우중(金宇中) 회장의 지시에 따라 20억원 전액을 한나라당 후원회에 돈을 내는 형식으로 100만원짜리 쿠퐁(영수증)을 납부액에 해당하는 만큼 받아가 「뒤탈」을 예방하려 했다.
스스로 20억원을 낸 LG는 국세청 모금에서 제외된 반면 10억원씩을 기부한 현대와 SK는 「공정가」인 20억원을 맞추기위해 10억원씩을 더 내야 했다. 검찰은 나머지 주요 그룹들도 이러한 예에 따라 대선자금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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