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7일 박지원(朴智元) 청와대대변인을 통해 정치권 사정의지에 전혀 흔들림이 없음을 밝히자 정치권은 여야없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의원직사퇴결의 등 강경대응의 수위를 높이면서도 검찰의 사정칼날에 마땅한 대책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측도 사정당국쪽으로 안테나를 세우며 불안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국민회의/일단 적극 찬성 “큰문제 없을것” 애써 불안 달래
국민회의는 김대통령 발언을 접하고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에 빠졌다. 공식적으로는 김대통령 입장에 적극 찬성했지만 이제 사정의 칼날이 자신에게도 본격적으로 겨눠질 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몇가지 비리사건과 관련해 자주 거명되고 있는 인사들은 『나름대로 알아본 결과 별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가성없는 순수한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있을 뿐』이라며 서둘러 「보호막」을 쳤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위험인물」들의 이름을 거론해온 당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의 얘기는 여권도 사정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반면 당지도부는 『아무래도 야당을 오래 해 온 우리 당 의원들에게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을 했다. 정균환(鄭均桓) 사무총장은 검찰의 독립적 수사를 강조하면서 『30년간 집권세력과 현여권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신효섭 기자>신효섭>
◎자민련/“이제는 우리냐” 바짝 움츠리며 수사방향 촉각
자민련도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문민정부하에서 장기간 외국에 체류, 비교적 입장이 자유로운 박태준(朴泰俊) 총재는 『성역없는 사정』을 줄곧 주장하고 있지만 당내 의원들은 대부분 『이쯤에서 (사정을) 끝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구속된 의원들이 단 한명도 없는 입장에서 『이제는 자민련 차례가 아니냐』는 공통된 우려감 속에 『차라리 빨리 희생양이 나와야 안심하고 잘 수 있겠다』는 자조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어디로 불똥이 튈 지 몰라 중진과 초·재선 의원을 가릴 것 없이 바짝 움츠린 상태이며, 특히 경성사건에 거명된 의원들은 검찰 수사방향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염영남 기자>염영남>
◎한나라/“司正 원칙없다” 강경 목소리속 대책마련 부심
한나라당 의원들은 검찰의 사정을 편파적 보복수사라며 강경대응을 주장하면서도 내심으론 칼날이 언제 자신에게 겨누어질지를 대비, 대응책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의원들은 검찰이 깨끗하기로 소문난 이부영(李富榮) 의원까지 문제삼자 『정부의 사정이 원칙도 없고 예상도 불가능하다』면서 후원금 내역을 조사하는 등 주변을 살피는 일은 기본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일부는 학연·지연 등을 총동원, 검찰에 사정의 다음 대상을 알아보고, 서로 알고 있는 정보를 교환하면서 대응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언론에 이니셜이 거명된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일일이 해명하느라 국감준비는 아예 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의원은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괜히 가슴을 졸이기보다는 정부가 솔직히 사정대상을 공개하는 것이 차라리 마음이라도 편할 것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권혁범 기자>권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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