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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에 목숨을 걸자/박무 편집국 국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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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에 목숨을 걸자/박무 편집국 국차장(메아리)

입력
1998.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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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유일한 희망줄로 생각했던 수출이 허망할 정도로 급속하게 무너지고 있다. 벌써 넉달째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한동안 위안을 주던 무역흑자도 푹푹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수출의 물량증가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값이 안맞아서 전체 수출액수가 줄고 있지만 그래도 물량기준으로 보면 수출은 계속 늘고 있다는 사실이 은근한 기대감을 갖게 해주었는데 그 물량 증가율마저 지난 2월 이후 완전히 내리막이다. 2월에 48%였던 증가율이 다달이 34%, 31%, 20%, 17%로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상황이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은 정부나 재계가 수출에 대해서는 도무지 관심이 없는 듯 나태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때문에 큰일 났다는 얘기를 들어 볼 수가 없다. 애를 쓰고 아우성 치는 소리가 없다. 세계 경기도 안 좋고 여건도 옛날과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속수무책이라는 식으로 수출을 내버려둬도 괜찮은 것인지 모르겠다.

1,500억 달러나 되는 외채를 걸머지고 해마다 갚아야 할 이자만도 100억 달러가 훨씬 넘는데 수출이 이 모양으로 주저앉는다면 이자는 뭘로 감당하고 원금은 언제 갚을 것인가. 돈을 더 빌려오면 되는 일이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돈을 꿔다가 빚으로 빚을 갚는다는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모르고 하는 말이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출범때 400억달러 남짓하던 외채가 지금은 1,500억 달러­ 불과 5년여만에 4배 가까이로 불어난 걸 돌이켜 보면 빚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는 일이다.

더구나 지금은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추가 차입이 원활치 못해 또 한번 외환위기가 닥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시점이다. 국제사회의 신용이 회복되고 모두들 돈을 잘 빌려주어서 설령 무한정으로 외자를 들여올 수 있다 하더라도 이미 1,500억 달러나 되는 외채를 얼마까지 더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며 또 이자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딱 한가지­ 수출에다가 목숨을 거는 것 밖에 없다.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구하는 유일한 처방은 수출이다. 국가의 모든 역량을 오로지 한 곳에 집중시켜 총력 수출체제를 갖추도록 정부가 앞장을 서야 하고 기업과 근로자와 국민들은 달러를 한푼이라도 더 벌어들이기 위해 있는 힘을 다 쏟아 부어야 한다.

우리 경제는 모든 길이 수출로 통하도록 돼있다. 경기를 살리는 것도 수출이고 실업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도 수출이며 성장을 이끌어 나가는 것도 수출이다. 아무리 환경이 달라지고 여건이 변했다지만 수출이 아니고는 살 길이 없다는 우리 경제의 기본적인 숙명에는 변함이 없다. 더군다나 거대한 외채를 걸머지고 달러 때문에 외환위기와 국가부도위기 같은 국난을 겪었으면서도 아직까지 수출에 대한 경각심과 각오가 모자란 것은 한심한 일이다.

새 정부 출범 이래 지금까지 경제분야에 관한 한 국가시책의 초점은 개혁과 구조조정에 맞춰져왔는데 IMF사태가 난지도 벌써 10개월, 이제는 변화가 필요할 때다. 개혁과 구조조정은 제도적 접근을 통해 꾸준하게 추진을 해나가되 국가시책의 당면목표는 수출 한가지로 집중을 해야 한다. 국가의 모든 조직과 모든 국민이 집약된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돌진을 해나간다면 어떤 악조건이라도 수출은 늘어날 수 있다. 돈을 푼다거나 경기를 부양한다거나 재정을 확대하고 실업대책을 만들고 하는 등등의 백가지 시책 보다 수출제일의 한가지 분명한 시책이 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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