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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의 화해/서화숙 문화과학부 차장(여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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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의 화해/서화숙 문화과학부 차장(여기자 칼럼)

입력
1998.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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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아버지 손을 생전 처음 잡아보았다고 한다. 30대 초반인 이 후배의 아버지는 최근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평생 폭군처럼 가족들을 괴롭히던 아버지였지만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측은하더라고 했다. 『손을 잡았는데, 참 이상하더라』며 후배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버지의 반응을 물었더니 『처음으로 손을 잡는다는 것도 모르셨을 것』이라고 답했다. 아버지는 아기때 그를 안아주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기억하는 네살 이후 손조차 잡아 준 적이 없다. 그때부터 후배는 왜 어머니는 저런 고통을 받으며 사는 것일까 고민하는 조숙한 소녀였고 사춘기에 이르자 어머니에게 헤어지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날 이야기는 고통중에도 자식들에게는 끝없는 사랑을 베푼 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나이들어가는 아버지에게도 잘할 수 밖에 없다는 다짐으로 끝났다.미국 공포소설의 대가 딘 쿤츠도 가정폭력의 희생자였다. 94년 피플지와 인터뷰에서 그는 소설에 나오는 숨막히는 긴장은 바로 자기의 어린시절이었다고 고백했다. 알코올중독에 날건달인 아버지는 걸핏하면 주먹을 휘둘렀고 아버지를 먹여 살리는 아들을 두 번이나 죽이려고 했다. 그런 아버지가 80세로 돌아가실때까지 쿤츠는 자식의 도리를 다했다. 임종때라도 한 마디 해줄 것을 기대하며. 아버지는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 아버지를 증오하면서 인생을 망칠수도 있었겠지만 쿤츠는 글로 분노를 풀었고 아내와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한국이웃사랑회가 96년 조사한 아동학대실태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31.9%는 부모로부터 심한 학대를 받았다고 한다. 빗자루 회초리로 때리거나 뺨을 치는, 「가벼운 학대」까지 포함하면 82.9%의 어린이가 부모의 폭력을 경험했다. 부모는 어린이가 보호받으려고 첫번째로 기대는 어른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폭력은 평생의 상처로 남는다. 희생자는 자살욕구와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가정폭력의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가정폭력을 이겨낸 이들은 어떤 영웅보다 위대하다. 항상 밝고 적극적인 후배를 보며 마산의 강군과 클린턴의 딸 첼시를 생각한다. 이들도 행복한 성인으로 성장하길 빌며 우리 모두 과거의 상처로부터 고리를 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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