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에 재량권… 정치권 물갈이 불사/일부선 “검찰 통제할수 없는 상황” 우려도정치권 사정이 한나라당 이기택(李基澤) 전 총재대행의 검찰 소환이라는 사태로까지 진전되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대통령이 정치인 비리 수사에 본격적으로 의지를 담은 것은 지난달 초 경성사건 수사의 축소논란이 빚어진 때부터다. 이후 1개월반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김대통령은 정치권 사정과 관련한 몇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는 강하고 지속적인 사정을 한다는 것, 다시 말해 사정의 결과로 정치권이 물갈이되는 상황을 불사한다는 결심이다. 또 하나는 표적·보복사정 등 정치적 논란을 가능한한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일견 상반된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김대통령은 수사기관에 최대한의 재량권을 부여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 결과 「DJ식 사정」의 가장 큰 특징은 「불가측성」이 됐다. 15일 한나라당 이 전총재대행의 소환방침이 알려졌을 때, 상당수 청와대 핵심관계자들이 당황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은 김중권(金重權) 비서실장을 통해서만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면서 『그나마 중간 과정에 대한 보고가 대부분이며, 대체로 검찰의 판단대로 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사가 진척될 때마다 논란이 따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치권 사정이란 처음부터 철저히 기획해야 하는 게 아닌가. 검찰이 뒷감당을 어떻게 하나』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사정당국의 수뇌부가 일선 검찰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주선(朴柱宣) 법무비서관은 이전총재대행의 소환과 관련, 『정치권에서 「경성사건을 예외없이 수사해야한다」고 주장한 게 언제냐』며 『검찰이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검찰 내부에 반발 심리가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내부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대통령이 당분간 자신이 깔아놓은 궤도대로 사정이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정치인에 대한 추가적 사법처리가 있을 것이라는 뜻도 된다. 김대통령은 명분을 살리면서 자연스럽게 사정정국을 봉합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같다. 이강래(李康來) 정무수석은 『당황스런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 결과로 정치의 혼란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유승우 기자>유승우>
◎DJ 사정관련 어록
△『전국민이 개혁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가운데 예외는 없다. 경성특혜 대출 등 정치인 비리의혹을 철저히 규명하라』(8월1일 조세형 총재권한대행 주례보고 지시사항)
△『정치인비리의 상당한 혐의도 듣고 있지만, 증거를 못잡고 뻔히 알면서 못한다. 혐의만 갖고 중요한 정치인들을 함부로 할 경우 과거정권하고 똑 같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8월5일 광주 CBS회견)
△『정치 개혁은 국민의 가장 강력한 요구이며, 9월부터 강도높은 정치개혁을 시작할 것』(8월24일 취임 6개월 간담회)
△『정치자금을 받아 문제가 있으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중대한 결심으로 부패를 일소하고, 절대로 굴복하거나 아첨하지 않겠다』(9월4일 부산시청 업무보고)
△『국세청을 동원한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모금은 용서할 수 없는 일』(9월7일 인천시청 보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