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BC의 인기토크쇼 진행자인 제이 레노가 최근 방송에서 던진 유머 한토막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청소년들은 앨 고어는 잘 몰라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다 안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다른 점이 뭔 줄 아세요? 고어는 침몰하는 배에 탄 느낌을 진짜로 맛본대요』 섹스 스캔들로 퇴출위기에 몰린 클린턴대통령을 영화 「타이타닉호」에 비유한 우스개이다.클린턴의 모습이 처참할수록 그의 옆을 지키고 있는 앨 고어 부통령에게 쏠리는 관심은 어쩔 수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 권력자가 흔들리면 사람들은 후계자의 표정을 살핀다. 만약 클린턴이 탄핵 또는 사임에 의해 중도하차하면 고어가 대통령이 될 판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위기일때 부통령이 처신하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쩌다 한번 짓는 미소나 말한마디가 신문·방송엔 더할나위없는 가십거리가 된다.
미국에서는 부통령을 스페어타이어에 곧잘 비유한다. 없는듯 존재하다 대통령이 사망하거나 사임하면 그 공백을 메워 국정의 중단을 막는다. 그런데 고어는 이런 부통령의 전통적 이미지를 깼다. 대통령과 나란히 행사에 참석하고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금 미국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실리콘밸리호황을 정책적으로 선도하는 사람이 고어다. 고어의 위상은 92년 러닝메이트로 지명되면서 클린턴의 필요에 의해 설정된 관계이지만, 이를 유지하는 것은 자신의 뚜렷한 비전과 이미지 덕이다.
고어는 지금 앞장서서 클린턴을 옹호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2000년이지만 사실 지금 대통령이 된다해도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치기교가 뛰어난 클린턴이 자진해서 권력을 내놓을 것 같지도 않을 뿐더러, 공화당이 클린턴을 탄핵으로 몰고가서 「고어의 10년천하」길을 열어줄 것 같지도 않다. 고어의 태도는 그래서 그의 인간적 면모이자 전략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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