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책결의안이란/법적 구속력없는 꾸짖음/현직대통령으론 잭슨 유일클린턴에 대한 징계조치는 탄핵 또는 견책, 벌금 등 세가지 대안 중의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견책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일종의 공개적 꾸짖음이다. 하원은 지금까지 36차례의 견책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중 최근 3차례 결의안은 모두 성문제와 관계된 것이었다. 96년 면세혜택 재단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 혐의로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깅그리치 하원의장에 대해서도 견책 처분 및 30만달러의 벌금을 결정한 바 있다.
상원 역시 의원들을 상대로 9차례 견책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1834년에는 앤드류 잭슨 대통령에 대한 견책 결의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견책외에 망신을 주어 사퇴시키는 방법 역시 의회가 갖고 있는 또 다른 선택 수단이다. 하원은 89년 짐 라이트 당시 하원의장을 윤리위원회에 회부, 사퇴시켰으며 상원 역시 96년 성추문에 휘말린 로버트 팩우드 상원의원을 내쫓았다.
◎공화당내서도 의견 갈려 민주일부선 ‘벌금론’ 주장/탄핵 추진돼도 내년 4∼5월께나 종결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탄핵여부에 대해 민주당과 공화당이, 또 공화당 내에서도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견책과 탄핵으로 크게 나눠지는 처리방향에 대해 아직 확실한 가닥은 잡히지 않고 있다. 국민여론은 탄핵보다는 견책을 선호하는 쪽에 가 있으나 과반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공화당은 아직은 탄핵주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많은 공화당 의원들은 『헌정사의 비극을 막는 유일한 대안은 클린턴이 사임하는 길』이라고 원칙론적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공화당의 상원 원내총무 트렌트 롯 의원은 이날 『우리는 아직 견책에 대해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며 『민주당이 고심해야 할 대목은 대통령의 사임여부일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화당내에서도 상원 법사위원장인 오린 해치 의원을 비롯,『클린턴 이 혐의사실을 인정하고 진실로 잘못을 뉘우치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할 필요는 없다』는 온건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여론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클린턴을 지나치게 몰아치게 될 경우 「마녀사냥」이라는 비판이 쏠릴 것을 의식한 때문이다.
한편 민주당의 일부 의원 사이에서는 『견책처분만으로는 처벌이 미약하다면 스타 특별검사의 조사활동으로 쓰여진 비용을 클린턴이 지불토록 하자』는 「벌금론」을 주장, 주목을 끌고 있다.
만약 탄핵이 추진된다면 이르면 내년봄, 늦으면 내년 여름이 되어야 최종절차가 끝날 전망이다.
한편 스타 검사가 제출한 보고서에 대한 검토작업에 들어간 하원 법사위는 내달 9일 의회 휴회 전까지 청문회 개최 등 조사착수를 결정할 전망이다. 이후 11월3일의 중간선거를 끝낸 뒤 다시 모여 독자적인 의회조사팀의 활동 및 청문회를 추진할 예정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조사활동은 106회 의회가 출범하는 내년 1월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하원 법사위의 탄핵발의, 하원 본회의의 표결에 이은 상원의 최종적인 표결은 아무리 서둘러도 내년 4∼5월께나 이루어질 것 같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
◎NYT “위증 시인하면 견책가능”/USA 투데이 “사임은 지금이 適期”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14일 클린턴이 탄핵 소추를 피하기 위해서는 위증을 솔직히 인정해야 하며 그럴 경우 견책처분이 내려질 지도 모른다고 사설에서 주장했다.
뉴욕 타임스는 「클린턴에 대한 사법정의인가 혹은 자비인가」라는 사설에서 『클린턴의 변호사들은 대통령이 용서를 구할 절차를 완강하게 방해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국가 앞에 가로놓인 최대의 이슈는 스타 보고서의 성추문 묘사에 관한 정당성 논란이 아니라 대통령의 행동과 선서 및 증언한 관계 법률의 준수 여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국민들은 신뢰할 수 없는 말을 하는 대통령을 가진 대가를 치르면서도 그의 탄핵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하원법사위는 탄핵절차가 필요한 지의 여부를 가리기 위한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클린턴이 솔직히 가장 핵심 문제인 위증을 시인할 경우 자신에 대한 최후의 정치적인 혐오감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하원은 탄핵 대신 견책의 선택을 제안할 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지인 USA투데이는 이날자 사설에서 『대통령이 사임해야 할 시기는 국가의 혼란이 몇달간 계속된 다음이 아니라 바로 지금』이라고 클린턴의 즉각 사임을 촉구했다. 전국지가 클린턴의 사임을 직설적으로 촉구한 것은 이 신문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사임을 촉구한 미신문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 시애틀 타임스 등 30여 신문이다.<뉴욕=윤석민 특파원>
◎워터게이트 VS 모니카게이트/은폐·사과회피 등 유사 불구/지지율·사건 성격은 큰차이
미 헌정 222년 사상 중도 사임한 대통령은 37대였던 리처드 닉슨이 유일하다. 74년 8월9일 이른바 「워터게이트」스캔들에 따른 탄핵소추 기로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 워터게이트의 악령이 24년만에 다시 워싱턴을 찾았다. 대상만 「간교한 딕(tricky Dick:닉슨)」에서 「교활한 윌리(slick Willie:클린턴)」로 바뀌었을 뿐. 의회가 탄핵 준비에 들어가고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전개가 똑같다. 클린턴 스캔들의 주역인 모니카 르윈스키가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아파트에서 살았다는 것도 우연치고는 예사롭지 않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은 72년 6월17일 워터게이트 건물에 입주한 민주당 전국사무실에 도둑이 들며 시작됐다. 단순절도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이 사건은 언론의 추적과 제보로 배후의 존재가 서서히 밝혀지며 26개월만에 대통령이 사임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미 정치학자들은 닉슨이 중간에 솔직히 사과했다면 사임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는 부인 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아치볼드 콕스 특별검사를 해임하고, 백악관 대화녹음테이프의 관련 부분을 지워버리는 등 은폐에 주력했다. 결국 닉슨은 직권남용, 사법방해 혐의 등으로 탄핵소추 위기에 섰다. 클린턴도 일찍이 사과했다면 사태가 이지경까지는 안 갔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공통점은 여기서 끝난다.
닉슨은 명백한 형사범이지만 클린턴은 「파렴치한(漢)」일지언정 「파렴치범(犯)」은 아닌 때문이다. 국민적 지지율도 닉슨은 22%였으나 클린턴은 과반을 웃돌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최고지도자로서 「정치모리배(닉슨)」보다는 「비도덕적인 인간(클린턴)」이 더 위험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뉴욕=윤석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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