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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슈타인 가아더 신작소설 ‘인생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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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슈타인 가아더 신작소설 ‘인생은 짧다’

입력
1998.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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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사랑한 처자가 있다면?/고문서추적 추리기법/敎父철학자 모독 아닌 ‘삶의 소중함’ 역설 전해성 아우구스티누스(354∼430). 「신국」「고백록」「삼위일체론」을 저술한 최고의 교부(敎父)철학자. 세속적 사랑과 감각의 세계를 경멸하며 기독교교리 확립에 헌신해 「교회의 아버지」로 추앙받은 인물. 그런데 그에게 15년간이나 정염을 불태우고 아들까지 낳았지만 자신의 신앙을 핑계로 팽개쳤던 여인이 있었다면.

「소피의 세계」「카드의 비밀」로 친숙한 노르웨이작가 요슈타인 가아더(46)가 또 한 번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한 소설의 세계를 선보였다. 그의 최신작 「인생은 짧다」(현암사 발행)는 아우구스티누스가 겉과 속이 다른 비정한 인간이었다는 이야기를 소설로 쓴 것이다.

가아더는 어느 날 노르웨이의 한 고서점에서 라틴어필사본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옛 애인 플로리아가 「고백록」을 보고 그에게 보낸 편지였다. 가아더는 거금을 주고 편지를 사 번역을 시작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왜 플로리아를 버렸을까, 편지에 어떤 반응을 보였고 어떻게 처리했을까, 로마교황청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이런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 「인생은 짧다」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나 소설가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을 연상시키는, 고문서 발견과 그 비밀을 추적하는 역사추리라는 흥미진진한 액자소설의 기법을 동원한 작품이다. 가아더는 160개의 각주를 달아가며 작품내용이 실제로 자신이 겪은 진실이며, 역사의 비밀을 밝히는 작업을 행한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작품은 역시 허구다. 그는 비밀을 밝히는 과정을 통해 신과 인간의 문제, 어떻게 인생과 세계를 볼것인가 하는 철학적 문제에 대한 의문과 해답을 펼쳐 보인다. 가아더는 『인생은 너무나 짧아요. 우선 삶을 살아야 해요. 그 다음에 철학도 있는 거예요』라는 플로리아의 절규와 아우구스티누스의 행적을 보여주며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그런 세상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역설적으로 보여주려 하는 셈이다.

고교 철학교사에서 한국에서만도 40만부가 팔린 「소피의 세계」로 일약 세계적 작가가 된 가아더. 그가 아우구스티누스를 모독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소설을 읽다 보면 플로리아와의 관계는 이미 「고백록」에 들어 있는 내용임을 알게 된다. 그는 그 사실을 뼈대로 상상력을 덧붙여 고금과 시공을 넘나드는 「거짓말」로 또 한 차례 철학강의를 한 것이다. 전 미술협회이사장 이두식 홍익대 교수가 그린 삽화를 함께 보며 읽는 재미가 크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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