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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선생은 떠나고 싶었을까/李舜源 소설가(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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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선생은 떠나고 싶었을까/李舜源 소설가(한국시론)

입력
1998.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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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피는 봉평마을과 선생의 작품은 함께 호흡/묘소 이제라도 고향으로같은 강원도 출신의 작가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나는 참으로 여러번 이효석 선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봉평을 찾았다. 개인적인 일보다는 그 곳으로 떠나는 이런 저런 문학기행의 인솔 청탁 때문이었다. 그 때마다 나는 아무리 바쁜 일이 있더라도 단 한번 그 청을 거절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향토 선배작가인 선생을 존경하고 그 작품의 서정성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얼마전 고속도로 확장공사로 선생의 묘소 일부가 훼절될 위기에 놓이자 이에 섭섭함을 느낀(전에도 한 번 그런 적이 있다고 했다) 유족 측에서 기어이 파주 실향민 묘지로 선생의 묘를 이장했다는 것이다.

평창군과 유족측 사이에 있었던 섭섭함과 의견 차이가 어떤 것인지 나로서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속일 수없는 어떤 격앙된 감정이 그 일처리 속에 너무도 뻔히 보이는 듯해 마치 우리 문화의식의 현주소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깟 고속도로쯤(그래 한 때는 민족의 대동맥이라고 불렀던 고속도로조차 나는 그깟이라고 쓰련다) 선생의 작품이 갖는 문학적 비중과 또 지역사회의 상징적 비중을 생각해 그 묘소를 저만큼 에둘러가서 안 될 이유가 어디 있는가. 만약 그랬다면 그것 또한 굽은 길의 여유만큼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는가. 또 그것이 정녕 불가능한 일이었다면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유족측과 타협할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그리고, 기어이 묘소를 파주의 실향민 묘지로 옮겨간 유족에 대해서도 나는 심히 섭섭하다. 이제까지 많은 작가들의 고향을 찾아봐도 봉평만큼 자기 고향 작가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그것을 관리하는 데도 그렇게 많이 보지 못했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우리 문학을 빛낸 모든 작가에 대해 그 작가의 고향 사람들이 이 정도의 관심만 갖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던 적도 많았다.

물론 그 곳으로 갈 때마다 느낀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먼 길을 걸어 막상 선생의 생가에 도착했을 때 그 생가가 작품의 서정이나 선생의 생전 모습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향토음식이나 파는 시골 점방으로 전락해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게 과연 선생의 생가인가 싶어 차라리 쓸쓸해지고 말던 때도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나 그곳 지역단체에서 가산공원을 만들고, 가산문학제 행사를 열고, 비록 급조하여 세운 것이긴 하지만 곳곳에 작품과 관련한 기념물을 설치하고, 또 선생의 생가로 가는 길 곳곳에 작품의 정취 그대로 메밀밭을 가꾸고 있는 것만으로도 선생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유족으로선 그런 행사와 조형물들이 선생과 선생의 작품을 팔아 하는 장사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러면 또 어떤가. 문화 또한 상품이며, 그 상품으로 선생과 선생의 작품이 우리 곁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올 수 있다면 말이다. 괴테가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발자크가 빚쟁이를 피해 도망다녔던 골목길조차 원형대로 보존하는 것 또한 그런 문화상품으로서이고, 그것으로 시간을 초월해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것이 아닌가.

유족들은 선생의 선영이 북쪽에 따로 있고 이 기회에 그 중간단계로 이장을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통일이 된 다음에도 선생의 묘는 지금처럼 유족들의 주장만으로 간단하게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그 법적 권리야 전적으로 유족에게 있겠지만 그러기 전에 선생과 선생의 작품이 그 고향무대와 함께 호흡하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나는 지금이라도 선생의 묘소가, 선생이 며칠간 바람을 쐬신 것을 끝으로 끝내 선생이 지키셔야 할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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