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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수사’ 어디갔나/김호섭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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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수사’ 어디갔나/김호섭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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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고액과외사건 수사초기부터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2계로 통하는 출입문은 굳게 잠긴 채 전경들이 24시간 지키고 섰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강력사건때도 없던 일이다. 물론 취재기자들의 접근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것이다.이런 식으로 뭔가 떳떳지 않게 꾸무럭거리던 경찰은 「예상대로」 15일 슬그머니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수사기록을 넘겼다. 간부들은 『보강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경찰이 사건송치이후 수사를 제대로 한 전례도 없거니와 일선수사관들 사이에서는 이미 훌훌 손을 털어버린 홀가분한 분위기가 완연하다.

결국 숱한 평범한 학부모들을 분노와 허탈에 휩싸이게 했던 이 사건은 140명이 넘는 과외알선교사 중 겨우 3명만 구속함으로써 마지못해 「수사흉내」만 낸 꼴이 됐다. 연루교사들은 언제 숨죽이고 있었느냐는 듯 버젓이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고 학원관계자들도 전원 풀려났다. 사건의 주범인 H학원장 김영은(金榮殷)씨는 경찰이 「안 잡는지 못 잡는지」행방이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관련 학부모들의 명단을 공개하겠다던 당초 약속도 간곳이 없다. 교육부의 명단 요청에도 요지부동이다. 언론이 어렵게 확인해 보도한 선우중호(鮮于仲皓) 전 서울대총장 등 「운 없는」 일부 인사외에 다른 불법과외 학부모들에게는 수사가 오히려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선우 전총장에 대한 동정론이 확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학부모는 『이번에야말로 사교육추방과 교육개혁의 한 계기가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랐다』며 『그러나 사실 처음부터 경찰이 「능력」이상의 사건을 맡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고 허탈해했다.

경찰 내부적으로는 이번 사건이 큰 「말썽」 없이 끝난 것을 안도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 사건을 통해 경찰의 무능과 무기력, 무소신을 또한번 확인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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