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계불황이 온다/朴昇 중앙대 교수·경제학(火曜世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계불황이 온다/朴昇 중앙대 교수·경제학(火曜世評)

입력
1998.09.15 00:00
0 0

세계 경제가 심상치 않다.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미국경제는 여기 저기서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과 남미 경제 또한 그렇다. 지금까지의 불황은 주로 아시아와 러시아에 국한된 것이었다. 관심의 초점은 미국 호황의 힘으로 아시아와 러시아 지역의 불황이 치유되어 세계경제가 정상경기로 회복될 것인가, 아니면 이들 지역의 불황이 미국과 기타 지역까지 확산되어 온 세계가 불황의 늪으로 빠지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불행히도 세계경제는 후자쪽으로 가고 있다. 불황의 골이 1930년대처럼 깊지는 않겠지만 꽤 오래 지속될 것이다. 왜 그렇게 보는 것인가.오늘날 세계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위기는 보호질서에서 개방질서로의 구조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동안의 세계질서는 동서 냉전체제를 배경으로 한 보호질서였다. 이것이 90년대 들어 동구권 붕괴와 시장경제로의 통합, 이로 인해 자유진영의 집단안보책임에서 벗어나게 된 미국의 위상변화, 여기서 시동하게 된 우루과이라운드와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등으로 세계경제는 갑작스럽게 개방시대를 맞게 됐다.

개방체제로의 이행은 장기적으로 세계경제의 발전을 촉진하는 것이지만 과도적으로는 창조적 파괴의 위기를 유발하게 된다. 개방체제가 불러오는 위기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그 하나는 경쟁력이 취약한 부문의 붕괴이다. 보호의 칸막이를 풀 때 붕괴되는 부문이란 지역적으로는 아시아와 동구권이며, 산업면에서는 수출산업이 아니라 금융업 농업 서비스업 도소매업과 같은 내수산업이다.

다른 하나의 위기요인은 자본자유화에 따른 투기적 국제자본의 역할이다. 이들 국제 투기자본은 취약지역을 골라가면서 붕괴시키는 행동대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멕시코와 아시아의 위기는 이들에 의해 점화됐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경쟁력이 취약한 아시아와 러시아는 금융업등 내수산업이 무너지면서 오늘의 위기로 치달았다. 세계최강의 수출경쟁력을 가지고 세계최대의 흑자국인 일본까지 경제위기를 믿고 있는 것은 외환부족 때문이 아니다. 그동안 보호하에서 성장해 온 내수산업이 무너지면서 이것이 불황과 자산가치 하락을 불러오고 이어 금융위기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개방의 수혜자였다. 금융 농업 서비스 물류업 지적소유권등에서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은 이들 내수산업의 호황을 바탕으로 90년대 들어 장기간 저인플레하의 고도성장을 누려왔다. 경제성장률은 3∼4%에 이르고 실업률은 4% 수준으로 수십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가는 지난 10년동안 4배 이상 뛰어 자산가치 상승을 만끽해왔다. 그런데도 소비자물가는 1%대에서 안정되고 있는데 이것은 아시아지역의 불황으로 인한 달러화가치의 상승과 수입물가하락에 힘입은 것이다.

여기서 미국의 거품이 부풀게 된 것이다. 고도성장과 자산가치 상승으로 소비는 크게 팽창하고 아시아의 불황으로 국제수지는 크게 악화하고 있다. 경상수지는 90년대 초 균형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1,500억달러, 올해 2,000억달러 이상의 적자가 될 전망이다. 특히 올들어서는 노임이 크게 오르는데 생산성은 하락, 기업수익이 감소하고 경제성장도 2% 수준으로 꺾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기위축의 대세는 유럽과 남미에도 파급되고 있어서 앞으로 세계경제는 금융위기의 확산, 경쟁적 평가절하, 저물가·고실업·저성장의 디플레 시대를 맞게 될 공산이 크다. 외지(外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세계경제는 60년래 최악의 상황이며 미국과 유럽은 향후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될 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경제흐름을 우리는 면밀하게 관찰하고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