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먹일때 허벅지 등 지방분해/‘분유산모’보다 3.5㎏ 더 줄어두 아이의 어머니 K씨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볼 때마다 우울해진다. 처녀적 날씬하던 몸매가 아이를 낳을 때마다 10㎏씩 늘어 옛모습을 찾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기혼여성의 상당수는 K씨처럼 임신 때 쪘던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임신은 비만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임신하면 산모와 태아의 건강유지를 위해 최소 12㎏의 체중증가가 필요하다. 그 중 4∼5㎏은 내부 장기와 배 허벅지 등에 지방의 형태로 축적돼 태아의 영양분과 모유 수유에 이용된다. 임신중 체중이 충분히 늘지 못하면 저체중아를 낳을 확률이 높다. 모체에선 임신과 동시에 호르몬의 변화로 지방이 축적되고, 출산 후엔 다시 지방이 소모되기 시작한다. 출산 후 체중감소는 개인차가 심하다. 태아와 양수가 나오고 부기가 빠지면서 6㎏ 정도가 줄어든다. 또 모유 수유를 하는 동안 지방이 소모되면서 나머지 체중이 빠진다. 수유때는 산모에게 필요한 열량 외에 500∼1,000㎉가 더 소모된다. 주로 허벅지와 엉덩이에 축적됐던 지방이 분해돼 이를 충당한다. 아기가 유두를 자극하면 자궁이 수축되면서 복부근육도 탄력성을 회복한다. 모유 수유는 임신 전의 몸매를 회복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셈이다. 한 연구결과 모유를 먹이는 산모는 분유를 먹이는 산모보다 출산 1년 뒤 3.5㎏이 더 가벼웠다.
사실 한두 명의 자녀를 낳은 여성은 임신으로 체형이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같은 나이라면 자녀를 한두 명 낳은 여성이 출산경험이 없는 여성보다 평균적으로 더 날씬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처녀때 날씬하던 몸매가 출산 후 엉망이 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첫째, 임신중의 영양과잉을 들 수 있다. 임신중 지나치게 체중이 늘면 태아가 너무 커서 정상분만이 어렵다. 임신때의 식성이 출산 후에도 이어져 만성적 영양과잉을 초래, 비만이 악화할 위험도 있다.
둘째, 모유 수유 기피경향이다. 모유 수유는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뿐아니라 허벅지와 배 등에 축적된 지방을 소모시켜 준다. 몸매를 망칠까봐 모유 수유를 기피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셋째, 출산 후의 신체활동 감소도 몸매를 망치는 원인이다. 우리 풍습에는 출산 후 한 달간 방문을 걸어 잠그고 외부 출입을 삼가했다. 감염과 출혈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던 과거엔 이런 풍습이 도움이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영양상태가 좋아진 요즘에는 출산 후 가능한한 빨리 활동을 시작하는 게 건강과 체중조절에 도움이 된다.
미용상의 이유로 제왕절개를 하는 것도 현명치 못하다. 비용이나 건강상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수술로 신체활동이 크게 줄어 비만이 유발되기 때문이다.<강재헌 인제대 의대 교수·상계백병원 비만클리닉>강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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