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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이은 ‘사랑의 묵시록’/이병일 수석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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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이은 ‘사랑의 묵시록’/이병일 수석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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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묵시록」이란 일본에서 제작된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일제가 한국을 식민통치하던 시절 「목포 거지대장」윤치호(尹致浩)씨와 국제결혼, 고아사랑을 아끼지 않았던 일본인 부인 다우치 치즈코(田內千鶴子, 한국명 尹鶴子) 여사의 56년간의 생애를 전기형식으로 그린 영화다. 아들인 윤기(尹基)씨가 제작한 이 영화는 일본 각지에서 상영돼 많은 감동을 불러일으켰고, 현재 한국상영을 위해 정부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목포 고아의 어머니」로 불리던 다우치 치즈코여사가 평생 정성을 쏟았던 곳이 바로 사회복지시설인 「목포 공생원」이다. 다우치여사는 해방직후 남편이 일본여자와 결혼했다고 친일파로 몰렸을 때 잠시 일본으로 몸을 피했다가 다시 돌아와 남편의 고아사랑을 도왔다. 51년 6·25동란의 와중에서 남편이 고아들의 먹을 것을 구하러 나갔다가 행방불명된 뒤에도 남편의 뜻을 이어 고아들의 뒷바라지를 다하다가 68년 사망했다.

윤치호씨 부부의 고아사랑이 깃든 목포 공생원원장에 20대인 손녀 윤록(尹綠)씨가 1일자로 부임했다. 다우치여사가 세상을 떠난지 30년만에 손녀가 그의 봉사정신을 계승한 것이다. 윤원장은 현재 일본에서 사회복지재단 「마음의 가족」을 운영하는 윤기씨와 다우치 후미에(田內文枝)씨의 외동딸이다. 부모의 2대에 걸친 봉사정신을 3대에 잇기 위해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고, 2년전부터는 서울의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실습을 해왔다.

『사회봉사의 길을 3대에 걸쳐 잇게된 것을 큰 기쁨으로 생각한다』는 윤원장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 한국정부의 보조금이 한푼도 헛되이 쓰여지지 않도록 투명한 경영으로 봉사의 질과 폭을 넓혀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일간을 잇는 3대에 걸친 「사랑의 묵시록」이 21세기를 향한 한일파트너십을 구축하는데 한알의 밀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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