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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물(권오길의 생물이야기: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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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물(권오길의 생물이야기:18)

입력
1998.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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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관 원리로 170m까지 끌어올려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고, 어여삐 보자니 꽃 아닌 게 없다고, 다 제 마음먹기에 따라 잡초가 되기도 하고 꽃님이 되기도 한다. 인연을 귀하게 여기라는 말일 것이다.

사실 식물만큼 경제적인 생물도 없다. 뿌리에서 물과 양분(거름)을 빨아들이고 잎의 기공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햇빛을 받아 포도당(설탕)을 만들며 이것을 재료로 지방, 단백질은 물론 비타민도 척척 만들어내니 말이다. 엽록체라는 양분을 만드는 위대한 공장인 녹색식물은 모든 생물의 어머니다.

그러면 무슨 재주로 세계에서 제일 키가 큰 120m의 나무 끝까지 물을 이동시키는 것일까. 식물에는 뿌리에서 줄기, 잎까지 연결되는 많은 가는 관(직경 3∼4㎚)이 다발로 이루어져 있으니 이를 관다발(유관속)이라 한다. 거기에는 위로 물을 옮기는 물관과 아래로 양분이 지나는 체관이 있다. 예를 들어 잎에는 잎맥이라는 「혈관」이 가득 퍼져 있는데 물관과 체관이 그 속에 있다.

물의 이동에 가장 중요한 몫을 하는 것이 기공을 통한 잎의 증산작용이다. 태양에너지를 받아 물이 증발하면 나간만큼 물관에 음압(陰壓·진공상태)이 생겨 아래에서 위로 물이 올라오게 된다. 그런데 물관은 아주 가는 관이라서 휴지가 잉크를 빨아들이듯 작은 힘으로도 물의 이동이 가능하다. 이것이 모세관현상이다. 빨대가 가늘수록 빠는 힘이 덜 드는 것, 사람의 핏줄이 대부분 모세혈관이라 심장의 힘이 절약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덧붙여 물분자가 서로 잡아당기는 응집력, 뿌리 세포들의 흡수력 등이 힘을 합쳐 이론적으로 170m까지 물이 오를 수 있다. 물관의 물은 0.1% 용액상태로 더운 여름날에는 1분에 60㎝ 속도로 흐른다. 무엇보다 증산작용이 제일 큰 몫을 가진다니 태양이 저 높은 나무 꼭대기에 물을 끌어올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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