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이 일본총리를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라고 원음대로 표기할 때 일본언론은 보쿠세이기(朴正熙)·젠토칸(全斗煥) 대통령이라고 표기했었다. 중국 개방의 아버지 덩 샤오핑도 도쇼헤이(鄧小平)로 표기해 중국사람이 들으면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한국어와 중국어를 아는 기자가 많지않고, 오랜 관행이어서 갑자기 바꾸면 혼란이 생긴다는 이유였다. 근래에는 원음대로 표기하고 있다.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 국호를 말할 때는 한국이라 하지만 한반도 한국문화 한국전쟁 처럼 보통명사화한 말은 예외 없이 조선이다. TV 기상뉴스 캐스터는 지시봉으로 한반도를 가리키며 『조선반도에서 밀려오는 고기압 때문에 날씨가 맑겠다』는 식으로 말한다. 국호는 어쩔 수 없지만 관용으로 굳어진 말은 바꾸기 어렵다는 논리다. 우리가 도쿄와 동경, 오사카와 대판을 혼용하는 것과 비교해도 인색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이란 말은 20세기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 「조센진」이란 말에 대한 거부감도 있지만, 우리가 한반도 한국문화라고 말하는데 꼭 「조센한토」 「조센붕카」라 해야할 이유가 무엇인가. 조선은 지금 북한의 국호이기도 하다. 한국과 국교를 맺고있는 나라로서 북한 국호를 사용해서 우리 영토와 문화를 말하는 것은 여간 큰 결례가 아니다. 조선이란 국호에는 「조선」과 「화령」중에서 명나라 황제가 낙점해준 치욕이 서려있기도 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다음달 일본방문때 국왕 초청만찬회에서 「천황폐하」라는 호칭을 사용키로 했다. 80년대말까지 써온 말이기는 하지만 근래의 불편한 양국관계로 거부감이 생겼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보는 당당한 대일관의 상징이라면 반대할 이유도 없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같다. 문제는 우리도 찾을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대통령이 조선반도에서 날아왔다는 식으로 보도할 일본언론의 이중성은 고쳐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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