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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클럽에 가보니/함께 소리치고 같은 춤을 추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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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클럽에 가보니/함께 소리치고 같은 춤을 추며…

입력
1998.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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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와 관객이 ‘따로 또 같이’ 열광서울의 언더그라운드 문화는 어두운 시간, 어두운 곳에서 시작된다. 해질 무렵인 오후 6시께 홍익대 인근 놀이터 등을 눈여겨 본 사람이라면 하나둘씩 모여든 10대 후반의 청소년들이 서너명씩 무리를 지어 어디로 가는지 이상한 생각이 들 것이다.

어둠속에서 만난 이들이 찾아가는 곳은 「땅밑」어두운 공간인 라이브클럽. 지하로 향하는 계단 옆쪽에는 원색적인 색깔의 페인트로 온갖 그림이 그려져 있고, 문을 열고 들어선 클럽의 천장과 벽에는 속어로 쓰여진 낙서가 가득하다.

30평 남짓한 클럽 한쪽에서 드럼과 베이스 소리가 밴드의 등장을 알리자 모여있던 젊은이들이 규칙적으로 몸을 흔들기 시작한다. 이날 8시30분께 언더 펑크록 밴드 가운데 나름대로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크라잉 너트」가 등장하자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크라잉 너트는 앨범을 내고 스케줄을 관리하는 매니저까지 두고 있는 「반(半)지하」밴드. 이날 음악전문 케이블TV가 이들의 공연을 녹화하기 위해 클럽을 찾아오기도 했다.

자극적인 펑크록에 맞춰 노랗게 염색한 긴 머리를 흔들어대고, 운동화에 용수철을 달고 있는 것처럼 쉬지않고 뛰는 사람들때문에 밴드와 관객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였다. 함께 소리지르고 같은 몸짓으로 움직이는 밴드와 관객의 열광은 밤10시 넘어서야 끝났다.

94년 개장후 라이브클럽의 대명사가 된 「드럭」을 비롯, 홍대앞 곳곳에 있는 클럽에는 수십개의 언더그라운드 밴드가 활동하고 있다. 주로 주말이 되면 고교생, 재수생에 대학생까지 몰려들어 이들 밴드와 함께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고, 또 즐긴다.

홍대앞에서 시작된 라이브클럽이 서울 동숭동 대학로는 물론 지방에까지 번져나가고 언더그라운드 문화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커지자 자연스럽게 「땅위」로 올라오는 밴드들도 늘었다. 젊은 층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자우림」이 대표적. 최근에는 「크라잉 너트」 「델리 스파이스」 「노 브레인」등이 각광받고 있다. 이들은 음악전문 케이블TV에 공연모습이 비디오클립으로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은 이후 여러 차례 방송을 타기도 했다.

소규모 클럽에서의 공연만으로 팬들을 만났던 밴드들도 독립 음반사를 통해 잇따라 앨범을 발표, 상업 오버그라운드 시장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유명 가수 평균 앨범제작비의 4분의 1도 되지않는 500만∼1,000만원을 들여 만들고 소량만 한정 판매되는 이 앨범들은 많게는 1만장까지 팔리는 경우도 있다. 주로 PC통신 등을 통해 마니아들 사이에 「글소문」이 퍼지면 흥행에 성공하게 된다. 최근에는 메이저 음반사들이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앨범 유통과 판매를 맡는 일도 많아졌다.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상업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일단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소수에 의한 실험적인 문화를 지향하는 언더그라운드 자체에 대한 관심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 문화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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