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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떨군 아빠들/‘손가락’‘성추문’보도에 아이들 얼굴보기 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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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떨군 아빠들/‘손가락’‘성추문’보도에 아이들 얼굴보기 민망

입력
1998.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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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끄고 신문 감추기『요 며칠 정말 부모노릇 하기가 힘들군요』

충격적인 아들 손가락절단 사건과 클린턴 성추문 보고서 공개 여파 등으로 부모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이들 사건이 상세히 보도된 주말과 휴일 부모들은 자녀들을 TV에서 떼어놓거나 답변하기 차마 곤란한 질문을 슬기롭게 넘기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13일 초등학교3년 아들과 서울대공원에 나온 장주동(張株東·36·경기 고양시 주엽동)씨는 『아이의 관심을 딴데로 돌리기위해 아침일찍부터 서둘러 집을 나섰다』며 『아들이 혹시 엉뚱한 질문을 하지않을까 온종일 가슴을 졸였다』고 말했다.

직장인 강인수(姜仁秀·38)씨는 11살짜리 아들이 『왜 새끼손가락만 잘랐어. 정말 안 아플까』라며 시무룩해하더니 갑자기 『아빠 「오럴」은 또 뭐에요』라고 묻는 바람에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털어놓았다. 강씨는 『저녁뉴스 시간에는 아예 TV를 끄고, 아침신문은 일찌감치 찾아와 얼른 읽은뒤 아이들 눈에 띄지않게 치웠다』고 말했다.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시민의 모임」에는 이날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부끄러움을 토로하고 『어떻게 아이에게 설명해야 하느냐』고 묻는 상담전화가 하루종일 빗발쳤다. 나원형(羅源炯) 대표는 『부모와 아이들이 서로 서먹해져 얼굴을 마주하지 못했다는 등의 전화가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천리안과 유니텔 하이텔 등 PC통신 게시판과 토론방도 이날 두 사건 관련 글로 온통 도배됐다. 동호인들의 의견은 「무엇보다도 가족윤리의 회복이 시급하다」것이 지배적이었다.<김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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