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사임… 회생… 예측불능/11월 선거 共和 약진땐 치명타/탄핵 반대여론에 ‘마지막 기대’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94년 대선때부터 수많은 스캔들을 헤치고 나온 「컴백 키드」(Comeback Kid)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보일 지, 스스로 물러날 지, 아니면 의회의 탄핵으로 백악관에서 쫓겨날 지 현재로선 예측불능이다. 그의 정치적 운명이 이제 의회의 손에 달려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11월3일의 중간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이 어느 쪽을 택할 것이냐에 달려있다는 게 더욱 정확한 얘기일 것이다.
미 역사상 대통령으로서는 세번째로 탄핵의 심판대에 오르는 클린턴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번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하원 법사위원회와 하원 본회의, 그리고 최종적인 배심원 역할을 맡는 상원 본회의다.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과반수를 점하고 있는 현재의 의석분포로만 보면 클린턴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우선 하원 법사위원회는 공화 21명, 민주 15명이 배치돼 있고 하원에서도 전체 435석중 공화당이 228석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하는 상원의 표결에서는 공화당이 55석에 그치고 있어 반란표만 없다면 「12표의 여유」가 있다.
따라서 산술적으로만 보면 클린턴은 민주당 내부만 단속하면 탄핵을 면할 수 있다. 실제로 1868년 권력남용을 이유로 탄핵대상에 올랐던 앤드루 존슨 대통령은 상원표결까지 끌고가 결국 1표 차로 살아난 전례가 있다. 그러나 하원 법사위에서 클린턴에 대한 탄핵이 인정된다고 결정하고 이어 하원 본회의에서도 같은 결론이 내려지면 클린턴은 더할 수 없는 정치적 압박을 받게 된다. 74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이 발의됐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도 처음에는 정치권과 여론의 일관된 압력을 무시했으나 하원 법사위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자 사임의 길을 택했다.
하지만 중간선거를 불과 50일 앞둔 의회는 「레임덕 의회」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재신임을 묻고난 이후 의회가 국가적 중대사인 대통령 탄핵안을 표결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상원 100석 가운데 34석, 그리고 하원 전체를 다시 뽑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약진할 경우 클린턴의 운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風前燈火)격이 될 것이다. 거꾸로 비록 과반의석을 되찾지는 못하더라도 민주당의 의석수가 늘어나게 되면 결과는 달라진다. 이때문에 클린턴은 지지도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절대다수의 여론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도 스타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고 또 앞으로 청문회 TV중계 등을 통해 「추잡한 일」들이 적나라하게 들춰지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들끓는 美/“백악관서 그럴수가”“세계에 치욕”/탄핵 갑론을박, 월街선 우호적 반응
스타 보고서를 읽은 미국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통령과 르윈스키가 성관계를 맺었다고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미 권부의 상징인 백악관에서, 그것도 포르노처럼 「저질스런」 행위를 벌였다는 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국인 대부분이 보인 첫 반응은 「해도 해도 너무 했다」는 것과 「혐오감이 든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톰 데이비스 하원의원(버지니아)은 『구역질이 난다』면서 『정상적인 사람의 행동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클린턴의 지지자였던 민주당 의원들도 충격은 마찬가지이다. 신시아 맥킨니 하원의원(여·조지아)은 『세계와 가족 앞에 치욕을 자행한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는 『클린턴에게 최대의 처벌은 남은 여생동안 진실을 매일같이 대면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해 대통령직 사임까지는 원치 않는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보고서 내용은 충격적이지만 탄핵에 이르게 할 법적 요건은 좀더 검토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반응을 자제한 채 여론 추이를 보아 탄핵여부를 결정짓겠다는 태도이다.
일반인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각 언론사의 웹사이트 토론장에는 「색마(色魔) 클린턴은 사퇴하라」는 주장에서부터 「소 홧?(So what:그래서 어쨌다고)」등 다양한 의견이 펼쳐졌다. 한 네티즌은 『그동안 국민을 기만해 온 거짓말쟁이의 본색이 드러난 만큼 대통령직에서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한 언론인은 『고등학생같이 유치한 대통령의 사생활을 파헤쳤을 뿐』이라고 폄하했다. 한 네티즌은 『보고서는 대통령의 탄핵보다는 이혼을 이끌어 내는 문서』라고 말했다. 이경우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는 당연히 르윈스키가 돼야 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월스트리트 금융계의 반응은 의외로 클린턴에게 호의적이었다. 보고서가 인터넷에 게재된 11일 폭락을 거듭하던 다우존스공업지수는 오히려 179포인트 상승했다. 전날 너무 폭락했던 장세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지만 보고서의 내용이 자신들이 알고 있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에 따라 탄핵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보고서라는 「판도라 상자」가 열린 이상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 지는 아무도 예측 못한다는 것이 현재의 미국 분위기이다.<뉴욕=윤석민 특파원>뉴욕=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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