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적인 北 침입행위로 용어 바꾸는 등 혼선 보이면 남북화해 큰틀 지장우려국민의 정부가 내세운 햇볕정책은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상징성과 참신성을 지닌 것으로, 국내외에서 널리 공감대를 형성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구나 지난 6개월동안에 햇볕정책으로 거둔 성과는 놀라우며, 앞으로 이 정책이 지속될 경우에 남북 화해, 협력은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지난번 강릉, 속초의 사건으로 이 햇볕론은 상당한 시련을 겪었다. 그 여파로 최근 일부에서는 「햇볕론」이라는 용어를 바꾸자고 주장한다. 또 북쪽의 인공위성인지 미사일인지 하는 발사 사건으로 새로운 논의가 제기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점에서 「햇볕」이라는 용어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첫째, 「햇볕론」에서 말하는 「햇볕」은 남북 양편에 다 적용되는 효능을 가진다는 점이다. 「햇볕」은 얼어붙은 냉전시대 남북관계에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넣어 온화한 화해무드를 조성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 햇볕은 북한의 동토에만 쪼이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햇볕은 감싸기도 하지만 음지에 있는 약한 균을 죽이기도 한다』라고 한 말도 북한에만 해당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것은 햇볕의 일반적인 속성을 지적한 것이며, 그런 균은 북한에만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그 용어를 안 좋아하고 트집을 잡을 염려가 있으니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지나친 노파심이 아닐까. 햇볕이라는 용어로 말미암아 화해 분위기나 협력 관계가 손상을 입었다는 증거는 없고, 오히려 종래 체질화된 도발행위에 비하면 북쪽의 태도가 누그러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햇볕」이라는 용어의 변경은 남북화해 정책의 변질, 후퇴라는 오해를 가져올 우려가 크다. 더구나 우위적 선도(優位的 先導)효과가 매우 큰 이 「햇볕」이라는 용어를 바꾼다는 것은 그 내용 자체에도 손상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내용이 중요하지 그 말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으니 「햇볕」이라는 용어를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말로 표현해도 내용에 영향이 없다면 이미 세계적으로 정착된 「햇볕」이라는 용어를 구태여 바꾸어서 혼선을 빚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셋째, 햇볕론과 최근 강릉, 속초 침투사건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는 점에서도 「햇볕」이라는 용어를 바꾸어야 할 필요가 없다. 강릉, 속초 침투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가 그만큼 도와주려고 하는데…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펄쩍 뛰는 사람들이 있었다. 단순논리로 보아 당연한 반응이지만, 순박하고 극히 상식적인 태도라고 할 수도 있다.
햇볕론이 아닌 강경론 일변도의 시절에도 그런 침투 도발 행위는 계속되어 왔고 사실상 더 큰 사건이 많았다. 따라서 이번의 침투 사건이 햇볕론과 직접 관련이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런 침입행위를 용인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강경한 항의와 재발방지 요구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철통같은 방위 태세를 강화하여 그런 시도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요컨대 그런 침입행위를 방지하는 강력한 조치를 강구하면서, 우리는 햇볕 정책을 흔들림 없이 펴 나가야 하며, 화해 협력의 기조를 더욱 강화해야만 50년동안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해빙될 희망이 있다. 만에 하나 그들 일부의 상투적인 침입행위로 햇볕이라는 용어를 바꾸는 등 혼선을 보인다면 「평화공존, 경제교류」의 정책기조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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