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월 서적도매상의 연쇄부도로 위기를 맞은 출판계를 위해 출판지원금 500억원을 긴급 조성했다. 지원금은 문예진흥기금에서 200억원, 재정경제부와 은행간 협의를 통해 출연한 300억원으로 마련됐다. 그처럼 긴급하게 조성된 지원금이 6개월째 은행금고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지원금 배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출판사들은 주장한다.문예진흥기금 200억원은 연리 6%에 3년거치 5년 분할상환의 좋은 조건인 반면 나머지 300억원은 연리 16.5% 내외의 고금리다. 물론 담보를 제공해야 지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정부의 지원이 확정되자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관련 단체 대표들은 300억원을 출판사, 200억원을 출판유통과 전산화에 지원키로 했다. 대출조건이 좋은 200억원은 한국출판유통에 90억원, 한국출판협동조합에 60억원을 배정키로 했다. 나머지 50억원은 한국출판정보통신(BNK)에 배정할 움직임이다. 출판사들은 이같은 결정을 비판했지만 출판위기의 큰 원인인 유통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이라는 명분에 밀리는 모습이다.
문제는 출판계 전체가 지원금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데 있다. 한 출판사 대표는 『출판사가 책을 팔아 남기는 이익은 보통 5∼10%』라며 『부도사태의 최대 희생자인 출판사들에 연이자 16.5%의 지원금은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문예진흥기금 지원대상에서 출판사가 제외된데 대해 한국출판유통 등 수혜자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출판사들은 『금싸라기 같은 「긴급자금」을 실적도 전망도 없는 특정회사를 위해 쓰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출판유통 등은 담보 부족으로 10일 현재 한 푼도 찾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출판계 전체의 모습이 더욱 우습게 됐다. 출판인들은 『출판계 스스로 위기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니 정부의 지원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자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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