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속도감 위해 쇼트앵글만 고집세번째 영화 「태양은 없다」(제작 우노필름)를 찍고 있는 김성수(37) 감독. 뚜렷한 줄거리보다는 회화적, 시각적 이미지의 연결로 인물들의 느낌을 전달하려는 그에겐 「영화를 찍는다」라는 말이 정말 어울린다. 상투적 영화찍기를 버리고 자기만의 새로운 카메라 각도와 촬영기법, 쇼트(장면)앵글만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극 진행의 리듬감과 속도감을 위해 화면을 자주 분절해 찍는다. 『CF와 뮤직비디오에 영향받은 세대는 이미지로 이야기의 공백을 메운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쇼트 수가 무려 1,200여개나 된다. 다른 영화의 두 배가 넘는다. 움직임이 느리게 나타나는 고속촬영은 한여름 낮 서울 뒷골목을 배회하는 젊은 주인공들의 정서를 위해 사용된다. 그들은 3류 복서 도철(정우성)과 흥신소에서 일하는 친구 홍기(이정재)다. 우울한 도시의 분위기는 배경과 경계가 흐릿해지는 망원렌즈에 의해 표현된다. 「비트」때는 저속촬영이 세상에서 밀려난 10대 후반 청소년의 방황과 절규를 강렬하게 만들었다. 김감독은 『그렇다고 무조건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한 편 한 편마다 인물과 주제를 시각적으로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다. 만화의 발상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에게는 지금이 다양한 테크닉을 시도해 보는 「실습기」. 한 번 더 이런 과정을 밟고는 그 장점들을 살려 웅장한 사극을 해보겠다는 생각이다.
「태양은 없다」는 「비트」를 지나온, 꿈과 소망은 원대하지만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는 20대 밑바닥 인생의 세월 비껴가기다. 현실에 태양은 그들을 비추지 않는다. 가슴속에 태양만이 이글거린다. 그는 『나도 비슷한 경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약자를 다루는 것이 공평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왜 자꾸 젊은 아웃사이더들에게 눈길을 주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이대현 기자>이대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