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랑자 전락 떼지어 행인에 밥값요구도/서울市 2,400여명 추산… 실제론 훨씬 더많아도심 노숙자 문제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현재 서울시가 파악하고 있는 노숙자는 2,400여명.
지난 연말보다 무려 10배이상 늘어난 숫자이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가족단위 노숙자까지 등장하고 20∼30대 여성도 합류, 도심공원 등에서 수백명씩 무리지어 생활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장기노숙생활로 자활의지마저 상실, 도시부랑자로 전락해가고 있으며, 당국의 통제권을 벗어난 무적자(無籍者)들도 크게 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노숙자들은 행인을 상대로 금품을 강요하는 등 폭력화 양상까지 보이고 있으나 경찰은 이들을 자극할 것을 우려, 해당지역의 순찰조차 꺼리고 있다. 이때문에 심야 곳곳의 도심공원이나 지하철역 등에서는 사실상의 치안공백상태마저 빚어지고 있다. 10일 새벽 노숙자 100여명이 종이박스와 신문지에 의지해 밤을 보내고 있는 서울역 지하도에는 김모(34)씨 가족 등 10여가족도 포함돼 있다. 인천에서 음식점 주방장을 하던 김씨가 지난해말 실직, 이곳에 흘러들어온뒤 올초 아내(27)와 아들(4)까지 합류해 무료급식과 구걸 등으로 연명하고 있다. 서울역노숙자 상담소 임혜영(任惠英·27·여)씨는 『임신중인 김씨 부인은 올초 한살배기 아이를 잃어버린뒤 정신질환까지 앓고있다』며 『이대로 방치하면 사산아를 낳기쉽다』고 우려했다.
서울역 주변 노숙자들 중에는 여성 10여명도 끼여있다. 사랑의 전화 상담원 안은아(安銀兒·32·여)씨는 『이들 여성들은 대개 가정파탄 등으로 상경했다가 일자리를 얻지못해 눌러앉은 경우』라며 『이들은 심신이 무방비상태로 지쳐있어 자칫 폭력피해자도 될 수 있는 위험한 처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국의 노숙자 정책은 겉돌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7곳의 노숙자 쉼터(수용능력 755명)마저도 이용률은 50%선에 그치고 있다. 노숙자 김모(47)씨는 『편안하게 잠을 자기 위해 쉼터에 간 적이 있으나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고 막말을 하는 등 통제가 심해 다시 나왔다』고 말했다. 신모(36)씨는 『3개월간의 노숙생활에 지쳐 쉼터에 들어가려 해도 주민등록증이 없어 자격이 안된다』며 『겨울을 어떻게 나야할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료급식소도 크게 준데다 남은 급식소들의 배식사정도 전같지 않다. 한 노숙자는 『요즘에는 하루 한끼 때우기도 힘들다』며 『일부 노숙자들은 만취상태에서 무리를 지어 행인에게 밥값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도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 중구청은 8일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에 『노숙자들 때문에 서소문공원 지하상가 300여개 점포의 분양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구했다.<이동준 기자>이동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