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서울음대 시절부터 유명했던 이영경과/현대재즈 세계적 대가 사토 마사히코가/양국민요·스탠더드 넘나들며 즉흥듀엣이영경(35)이 일본의 사토 마사히코(佐藤允彦·57)와 16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에서 듀엣 무대 「Two Pianos」를 펼친다. 각각 한국과 일본의 재즈 피아노를 대표하는 사람. 1급 피아니스트 두 명만이 갖는 재즈무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먼저 이영경이 솔로로 시작하면, 사토가 솔로로 답한다. 가요 「마법의 성」과 민요 「신고산타령」을 이영경이 재즈로 변주하면, 사토는 평소 들을 수 없었던 두 곡으로 응수한다. 그리스민요 「Zonardikos」, 규슈(九州)의 민속무곡 「요마가」에서 따온 주제와 변주를 현란하게 띄워 올린다. 대미는 듀엣. 「Summertime」「Sidewinder」 등 스탠더드가 화려하게 거듭난다. 사토는 현대 재즈 서술에서 빠지지 않는 세계적 즉흥연주가. 그의 재즈 스쿨 「메사 하우스(벼랑끝의 집)」는 일본 최고 수준의 전위 음악학원으로서 정평이 높다. 90년 이후 강태환, 김대환 등 한국 프리재즈 뮤지션들과 매년 공연을 갖고 있다. 한국의 전통적 음악 자산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있다.
부자뻘인 둘이 알게 된 것은 92년 방한길의 사토를 이영경이 찾아가 인사하면서부터. 곧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클럽에서 피아노로 재즈 스탠더드를 번갈아 연주하는등 음악적 교분을 쌓아 온 터다. 이번 연주회에 거는 이영경의 기대가 각별하다. 『베이스, 드럼, 색소폰과의 재즈 캄보 패턴만 계속해오다 보니, 내가 빤해져 가는구나 싶었죠. 클래식 공부하던 때의 기억도 되살려 보고…』
82년 서울대 음대 기악과(피아노 전공) 실기 수석입학. 재학시절, 재즈를 곧잘 연주한다는 그의 소문은 금방 퍼졌다. 재즈라기보다는 「나의 즉흥」에 가까웠다고 그는 돌이킨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대학시절까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 온 「좋은 소리(정통 클래식)」를 그는 따를 수 없었던 것.
리스트가 쓴 초절기교의 곡 「꼽추의 춤」을 이미 중학시절, 악보보다 더 난해하게 쳐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모차르트의 소나타를 팝 스타일로 연주하거나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를 치면서 입으로는 전혀 엉뚱한 선율을 불러대는 식이었다. 학교연습실에서 클래식과 재즈를 마구 섞어 쳐댔더니 『듣도 못하던 즉흥연주인데, 하여튼 아주 좋더라』는 찬사 반 놀람 반에서부터, 『돌았다. 약 먹는다더라』는 말까지 들렸다. 『바흐를 자기 식으로 해석한 글렌 굴드는 내가 반한 유일한 클래식 피아니스트죠』 93년 예술의전당서 KBS교향악단과 협연한 것은 클래식수업의 결과였다.
86년 클럽 「야누스」 정기연주회 출연을 계기로 시작된 그의 본격 재즈경력은 일본의 세계적 재즈 트럼페터 히노 테루마사(日野皓定)와의 협연, 국내 그룹 「데이지」 활동등을 거쳐 무르익어 왔다. 클럽이나 간간이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던 이영경 피아노의 「발칙한 아름다움」과 사토의 원숙미가 신지평을 예고한다. (02)7387029<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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