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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위기/이진희 국제부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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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위기/이진희 국제부차장(앞과 뒤)

입력
1998.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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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소로스는 전세계 금융가에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큰 손」이다.그의 헤지펀드인 「퀀텀 펀드」가 출현하면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의 웬만한 금융시장은 긴장하기 마련이다. 펀드가 시장을 휘젓고 다니다가 단시일에 수십억달러씩 챙겨 떠나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소로스마저 이번 러시아의 금융위기로 20억달러의 거액을 잃었다니 뉴욕증시등 세계 금융계가 받은 심리적 타격을 짐작할 만하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입을 열었다 하면 대공황 운운이다. 엔화 약세, 러시아 경제위기, 중국의 위안(元)화 평가절하 등 「세계 3대 불안」요소 가운데 러시아 위기는 이미 현실화했고 엔화와 위안화는 외줄타기 하듯 아슬아슬하다.

금융위기는 근본적으로 당사국 경제의 펀더멘틀(토대)이 취약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일본 경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니 엔화를 보유하려는 투자가가 줄어들고 그 결과,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넘쳐나 「엔약세」로 나타나는 것이다. 루블화 폭락도 마찬가지다. 한 국가의 경제력이 그대로 자국 통화가치로 반영되는 게 거스를 수 없는 시장경제 원리다.

하지만 현 금융위기의 큰 요인이 그것뿐일까. 「미국식 시장경제」의 환상에 빠진 탓인지 많은 이들이 무차별적으로 금융시장을 「치고 빠지는」 헤지펀드등 「투기자금」을 간과하는 듯하다. 투기자금은 시세차익을 얻기위해서라면 시장교란도 서슴지 않는 무서운 존재다. 컴퓨터를 한번 두들기는 것으로 하루에 1조2,000억∼1조4,000억달러가 움직이는 현 체제에서 어지간한 국가도 투기자금의 공격목표가 되면 버티기 힘들다.

투기자금은 수익을 좇아 지구촌 곳곳을 빠르게 돌아다닌다. 아시아에서 러시아로, 동유럽으로, 남미로 환란의 불씨를 옮기는 주범이 유러동맹의 출범을 앞두고 마지막 한탕(?)을 노린 헤지펀드라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1930년대 대공황의 전야를 연상케 하는 지금 과다한 금융자본의 투기화와 투기자금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조치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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