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올 세제개편안의 특징을 굳이 찾는다면 기업구조조정과 경기회복의 지원이다. 대기업의 빅딜이나 워크아웃에 걸림돌이 되어온 각종 세금감면을 포함시켜 기업체질개선 작업을 지원하고 부동산과 내구소비재 거래에 따른 세금을 낮춰 내수촉진을 뒷받침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그러나 조세정의의 본질적 과제인 과세기반의 확충과 이를 통한 세부담 형평성 제고 노력은 너무 소홀했다는 비판은 면키 어렵다.이번 세제개편이 물론 IMF관리하의 특수 경제상황이란 제약과 한계를 안고 출발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내수진작을 위해 과감한 감세가 요청되는 상황에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증세가 요구되는 상반된 여건이 겹쳤다. 그러다 보니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난 감이 없지 않다. 고액 불로(不勞)자산소득이나 음성탈루 소득에 대한 응능중과세의 노력은 없이 예컨대 담배 부가가치세 신설같은 손쉬운 간접세 인상에 의존하는 것은 지나친 징세편의주의다.
단골 메뉴나 다름없는 근로소득자에 대한 배려도 이번 개편에서는 빠졌다. 소득감소에 허덕이는 가계에 그만큼 면세혜택자가 는다는 해명은 구차하고 담세 여력있는 곳의 징세노력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중장기과제로 미뤘고 당초 30억원 이상의 부유층 고액상속까지 45%의 최고세율을 물리겠다던 상속·증여세 과세강화방안 역시 후퇴했다. 변호사 회계사등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과세자료 제출의무화도 과연 국회 세법안 처리과정에서 제대로 관철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세수여건이 어려울수록 조세의 응능부담과 형평성은 더 중시되고 관철되어야 할 원칙이다. 힘있고 까다로운 세원은 외면하고 만만한 서민가계에만 부담을 전가하면 중산층 몰락의 가속은 물론 예기치 못한 조세저항에 직면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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