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장기화 예상에 “시간갖고 명확히 규명”/“경제청문회때 수의입으면 오히려 여권에 부담 작용”/정치적 고려도 반영한듯외환위기의 주범으로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강경식(姜慶植) 전 경제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 전 청와대경제수석이 4일 보석으로 풀려남에 따라 앞으로 환난재판과 경제 청문회의 법리공방 및 정책시비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강·김씨는 정기국회에서 열릴 경제청문회에도 나가 전국민을 상대로 정책판단의 정당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이날 이들의 보석을 받아들이게 된 데에는 사법부의 판단과 함께 정치적인 고려가 있었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당초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강·김씨가 구속될 때부터 법조계 일각에선 행정부의 정책판단을 법적 잣대로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의 보석이유를 보면 재판일정상으로 볼 때 수긍할 점이 많다. 강·김씨의 1심 구속만기일까지 재판을 끝낼 수가 없으므로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환난책임을 명확하게 규명하자는 것이다.
재판부는 통상 2주일에 한번씩 재판을 여는 관례를 깨고 매주 재판을 여는 집중심리제를 채택했으나 지난달 31일 6차 공판에서야 검찰과 변호인의 직접신문 및 반대신문이 끝날 정도로 뜨거운 법정공방이 계속됐다. 특히 7일 7차공판부터 시작되는 증인신문에는 50명을 넘는 증인들이 나와 환난재판은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판부는 일단 주거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도주 및 증거인멸행위 금지, 3일이상 여행이나 출국시 법원에 신고, 소환 즉시 출석 등의 보석 조건을 붙였다. 또한 윤증현(尹增鉉)전 재경원금융정책실장, 윤진식(尹鎭植) 전 대통령조세금융비서관, 박건배(朴健培) 해태그룹회장, 이석호(李奭鎬) 전 울산주리원백화점 회장 등 핵심증인 15명과의 접촉금지도 덧붙였다. 환난의 책임을 명확하게 가리되 피고인들에게도 자료입수등 방어기회를 주어야한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기국회에서 열릴 경제청문회를 고려, 보석이 이뤄졌다는 설명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구속상태에서 수의를 입은 모습으로 경제청문회를 강행할 경우 오히려 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강·김씨의 보석에 대해 여야합의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강·김씨의 보석은 지난달 여야 3당 정책위의장 회담에서 합의된 뒤 여권이 요청하는 형식으로 정부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보석결정으로 강·김씨는 환난재판과 경제청문회에 대해 자유로운 상태에서 준비할 여유를 갖게됐다. 이에따라 앞으로의 환난재판과 경제청문회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박일근 기자>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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