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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지상주의/권오현 문화과학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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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지상주의/권오현 문화과학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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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회 방송의 날 하루 전인 2일, 방송개발원에서는 이 기관의 주최로 세미나가 열렸다. 주제는 「방송사의 시청률 지상주의와 방송문화」. 방송계의 명절을 앞두고 열린 세미나치고는 내용이 을씨년스러웠다. 시청률경쟁이 예사롭지 않음을 반영하는 일이었다. 세미나는 만족할 만큼 충실하지는 못했지만 시청률 집계상의 문제점이 지적됐고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방송사의 입장도 솔직히 개진됐다.사실 시청률경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 정도가 훨씬 심해졌다. 인기에 따라 예정된 방영횟수를 늘리고 줄이는 것은 물론 온갖 방법으로 자사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다.

MBC는 「대왕의 길」을 지난달 조기 종영했고 드라마 「마음이 고와야지」도 13일 서둘러 끝내기로 했다. 반면 연내 종영하려던 「보고 또 보고」는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자 내년 3월까지 끌고 갈 계획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SBS가 지난달 31일부터 야심작 「백야 3.98」을 선보이면서 SBS의 오락프로그램은 「백야…」의 선전장이 돼가고 있다. 7일「한선교의 좋은 아침」에 이정재와 진희경이 출연하는 것을 시작으로 많은 오락프로에 「백야…」의 출연진이 초대된다. KBS는 일일드라마 「내 사랑 내 곁에」의 방영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간판 보도프로그램 「뉴스9」에서 이 드라마를 장황하게 홍보했다. 「내 사랑…」이 바로 다음 프로인 「뉴스9」의 시청률 높이기에 도움을 준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IMF여파로 올들어 방송의 광고판매율은 60%선에 머무르고 있다. 「대왕의 길」 마지막회는 광고가 전혀 없는 이른바 「백판」으로 방영됐다. 시청률경쟁은 생존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떨어진 인기는 단숨에 만회할 수 있을지 몰라도 떨어진 신뢰와 품위는 단숨에 만회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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