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資끊고 수출 타격/지불유예땐 충격 엄청말레이시아는 아시아를 제2의 경제위기로 몰고 가는가. 링기트화의 고정환율제 채택과 역외 외환·주식거래 금지 등 극단적인 금융시장 안정책을 발표한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가 2일 안와르 이브라힘 부총리겸 재무장관을 해임함으로써 말레이시아가 아시아의 새로운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
안와르는 한때 마하티르의 후계자로 꼽혔던 인물. 그는 지난주 경질된 말레이시아 중앙은행(뱅크 네가라)의 아마드 모하매드 돈 총재, 퐁웡팍 부총재와 함께 긴축정책을 고집, 마하티르와 마찰을 빚어왔다. 안와르는 농민시위를 주도한 「운동권」출신으로 35세에 청소년·체육장관으로 입각, 91년 재무장관, 93년 부총리에 올라 집권당인 통일말레이민족연합의 2인자로 부상했다. 최근 마하티르의 정실주의를 강력히 비판, 경질이 예상됐지만 3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결백함을 입증하겠다고 밝혀 말레이시아는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도 높다.
마하티르 총리가 지난달 31일 이후 하루에 한 건꼴로 내놓은 정책의 「과격함」을 반영하듯 콸라룸푸르 주식시장은 연일 큰 폭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1일에는 13% 폭락했고, 2일에는 12% 반등했다. 3일에는 개장직후 4%나 떨어졌다가 마감때는 6% 올랐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이같은 움직임은 오히려 큰 의미가 없다 분석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사실상 1년간 주식을 팔 수 없게 된 반면, 주가를 올리기 위한 말레이시아 정부의 시장개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조치로 말레이시아로의 신규 해외자본 유입이 끊길 것이라는 점.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7월말 말레이시아의 장기외화채권에 대한 신용등급을 각각 Baa2, BBB+로 낮췄다. 정크본드 수준보다 2∼3단계 높은 이같은 신용등급으로도 말레이시아 정부는 유러본드 발행계획을 철회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신용등급의 추가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신규자금 유입은 절망적인 상태다.
링기트화의 환율은 고정환율제 도입으로 평가절상돼 수출 증가도 기대하기 어렵다. 신규 해외자본의 유입이 끊기고, 수출도 늘어나지 않는다면 작년말 현재 452억달러에 이르는 외채상환마저 불투명해질 것이란 예상이다. 만약 말레이시아가 모라토리엄(대외지급유예)을 선언할 경우 작년 7월 태국 바트화의 폭락때보다 더 큰 충격이 아시아 전체에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박정태 기자>박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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